
남양주의 돌봄교사 김향씨는 아이들을 돌보며 일하는 요즘이 즐겁기만 하다. 지난 5월 시가 운영하는 돌봄센터에 취업하기 전까지 구직 활동은 막막하기만 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김씨는 바쁜 육아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유아교육 학위를 수료했다. 학위를 마친 건 2021년 일이었지만 막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까지는 종일 육아에 매진해야 해서 실습을 마치지 못했다. 결국 2년이 지나서야 유아교육 실습을 마치게 됐고, 올해 2월에 학위를 땄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돌봄교사의 길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00대 1이 넘을 정도로 방과 후 돌봄교사 경쟁률이 치솟아 2차례나 쓴 맛을 보게 된 것이다. 결정적인 탈락 이유는 김씨가 돌봄교사 경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때 한 줄기 빛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이었다.
# 구직자에 경력 쌓을 기회
공공기관·협동조합·우수기업 등
매칭후 7개월간 일하며 적성 탐색
워킹맘 김씨, 市 돌봄센터서 근무
아이 넷 돌보며 행정실무까지 익혀
# 회사도 뽑아보니 만족감
제조업 근무 박씨 '징검다리' 입사
인사업무보며 동일방식 채용 준비
"중기, 인재 구하기 쉽지않아 선호"
작년 72곳 122명 지원·84명 취업

신규 구직자에게도 경력이 필수가 된 사회. 사회 초년생이나 이제 막 구직을 시작한 김씨와 같은 사례자들은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채용 경쟁에서도 경력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은 바로 이렇게 경력이 없는 구직자에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도내 공공기관, 사회적 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공공형 일자리와 도내 청년친화강소기업, 산업단지 기업, 일자리우수 인증기업 등 민간형 일자리로 나눠 구직자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
구직자에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줄 뿐 아니라 구직자가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정말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기회를 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참여자와 참여기업이 매칭되면 배치 후 7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일자리가 나에게 적합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일을 배우고 일을 경험하는 '경력형 일자리' 창출로 취업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남양주에서 돌봄교사로 일하는 김향 선생님도 시가 사회적협동조합에 위탁해 운영하는 돌봄센터에서 근무한다.
지난 5월부터 인턴 계약직으로 업무를 시작해 오는 11월 말까지 일자리를 얻었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가정에서 학교를 마친 아이들 20명 가량이 돌봄센터에 모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대개 오후 1시부터 아이들이 이곳으로 오기 시작한다.
오전에는 주로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이미 큰 아이가 중학생이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여럿 둔 김씨에게 돌봄 서비스는 적합한 일자리였다. 이뿐 아니라 돌봄센터를 알리고, 새로운 돌봄 신청을 관리하는 행정 업무는 좋은 일자리 경험이 됐다.
김씨는 "앞으로 남양주에 시에서 운영하는 돌봄센터가 여러 곳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곳에 취직하는데 이번 기회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흥 MTV 산업단지 자동차 브레이크·조향 부품 회사에 근무하는 박진수씨는 징검다리 사업 참여자가 징검다리 사업 신청자가 된 경우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4월 입사한 박씨는 이곳 업체에 구직자이자 징검다리 사업 참여자로 들어왔다. 과거 2018년 경기도 청년인턴사업에 참여해 5개월 정도 일한 경험이 있었던 박씨가 징검다리 사업을 접하고 신청을 해 본 것이다.
처음엔 단순 계약직인 줄 알았지만 업체 측에선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까지 염두에 둔 발탁이었다. 인턴으로 일한 박씨는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돼 인사 담당 업무를 본다.
회사와 박씨의 생각이 일치했다. 박씨는 "회사의 비전이 와닿았다.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보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데 전기차 산업에서도 조향과 브레이크는 똑같이 들어간다. 산업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회사가 복지 측면에서도 꽤 괜찮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징검다리 일자리 사업을 통해 실제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회사 선택의 실패 가능성을 낮춘 셈이다. 실제로 일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정규직으로 일하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인사 업무를 맡게 된 박씨는 올해 다시 징검다리 사업을 신청했다. 자신과 같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데 나선 것이다.
사실 이곳 업체에선 박씨 전에 다른 직원이 먼저 인사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 파트에서 징검다리 사업을 통해 채용됐었다. 회사 적응이나 업무 측면에서 성과가 좋으니 계속해서 징검다리 사업을 통한 채용을 선호하게 된다.
박씨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다른 채용 플랫폼으로 적합한 인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징검다리 사업은 인건비 지원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통해서 인재를 확보하는게 중소기업 입장에선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엔 올해 새로운 징검다리 구직자가 7월 말 들어와 일하고 있고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징검다리 사업이 회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실무도 익힐 수 있게 해줘서 적은 기간이지만 징검다리를 거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큰 경력이 된다. 채용시장의 스펙으로서의 경력뿐 아니라 앞으로 다닐 직장으로 봐도 이 경력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해 이 같은 징검다리 사업을 통해서 72개 사업장에 122명이 지원해 84명이 취업했고, 지난 2021년엔 64개 사업장에 177명이 지원해 119명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의 바탕에는 고숙련 직업 상담사가 징검다리 매니저로 근무하며 참여자·사업장·직무관리를 통해 사업장과 참여자간 일경험 형성을 돕고 민간일자리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전문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김향씨는 "징검다리 사업이 없었다면 일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경력을 쌓아서 다음 일자리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저도 구직과정에서 매일 경기도, 남양주시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수집했다. 징검다리 사업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저와 같은 기회를 받았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