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남성들의 '멋'은 어디에 있었을까. 비주얼(visual)과 주얼(jewel)로 보는 2023 장신구기획전 '조선비쥬얼'이 실학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실학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복식 주제의 전시로, 조선시대 남성들의 장신구 100여 점을 선보이는 색다름으로 흥미를 이끈다.
조선시대 남성들 장신구 총망라
'권기수 초상' 곳곳 멋쟁이 소품
구슬 갓끈·화려한 선추 등 다채
우리나라 사극을 접한 외국인들이 신기해 하며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갓'이다. 숭실대학을 설립한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실제로 사용한 갓이 전시장 입구에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자가 높고 양태가 넓은 이 갓은 1800년대 전반의 형태이다.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것은 조선시대 남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위이자 의식이었다. 장식의 절반 이상이 머리 쪽에 집중돼 있었던 것을 이러한 의미와 연결해보며 갓이 주는 상징성을 그려본다.
이번 전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한 점을 눈여겨 보면 좋은데, 바로 '권기수 초상'이다. 63세의 권기수 모습을 담은 이 초상은 전시를 준비한 정미숙 학예사가 꼽은 '멋쟁이'의 모습이자 당시 '멋'과 관련한 소품들이 잘 드러난다.
좁아진 소매에 토시를 착용하고 있는 권기수는 갓의 크기가 작아진 이른바 '소립'을 쓰고 있다. 구슬 갓끈은 목에 바짝 조였고 망건에는 백옥 관자가 달려 있다. 조끼처럼 생긴 배자에는 복숭아 모양의 단추가 눈에 띄며, 당상관을 상징하는 붉은색 세조대가 가슴에 매여 있다.
오른 손에는 접선(접었다 펴는 부채)을 들고 있는데 부채 끝에 달린 선추가 화려하며, 왼손에는 노란색 안경이 들려져 있다. 그림을 자세히 보고 난 뒤 전시장을 둘러보면 이 모든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는 두 개의 인상적인 망건이 있다. 능창대군 묘에서 출토된 망건은 황색 말총과 검은색 말총으로 기하무늬를 넣었다. 좌우로는 매화 옥관자가 달려 있고, 촘촘하고 아름다운 무늬가 미적으로도 우수함을 보여준다.
역시 말총을 엮어 만든 영친왕의 망건은 조선 후기 망건의 원형을 잘 갖추고 있다. 이 망건은 짜임이 매우 섬세한 수작으로, 편자 양 끝이 검은색 비단으로 감싸져 있고 무늬 없이 구멍이 작은 금관자가 달려 있다. 특히 중앙에는 호박 풍잠이 달려 있는데, 이는 갓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망건은 편자를 단단하게 매 머리카락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고, 꽉 조이면 눈매가 올라가 인상을 바꾸기도 한다. 이를 단단히 조이는 장치인 관자는 품계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절제와 검소를 상징하듯 구멍이 작고 무늬가 없는 옥관자가 1품을 나타낸다.
또 신분에 맞는 것으로 매라고 했지만 어느새 사치품이 되어버린 여러 종류의 '갓끈'과 조각한 통 안에 나침반·귀이개·이쑤시개·향 등이 들어가 있는 다양한 선추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앞코와 뒤축에 무늬가 있는 신발인 태사혜, 나무를 파서 만든 나막신, 색색의 세조대, 겨울을 나기 위해 머리에 썼던 풍차와 남바위, 집에 있을 때 썼던 실내용 모자인 건·관도 다채롭게 전시돼 있다.
조선만의 '젊음'·'명품'·'멋'·'실용'·'공예예술'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