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천시 소사3구역 재개발사업조합과의 이주비 보상 문제로 '우리절 광명사'의 현산 스님이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3.11.1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너무 억울해서 죽을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1일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 한편에 천막(텐트)을 치고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절 광명사' 현산 스님의 한탄이다. 현산 스님은 '소사3구역 재개발'이란 급류에 휩쓸려 한순간에 빚더미에 나앉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단식 농성 천막 앞에는 소사3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이 '이사견적서보다 못 미치는 이주보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사찰 꾸미는데 7억 들었는데 보상비용 상향됐지만 7천만원
부천시 심곡동 상가 건물에 330㎡ 규모의 사찰을 운영 중인 현산 스님이 지난 7월 통보받은 이주비용은 7천600여 만원. 이마저도 두 차례의 항의 끝에 상향된 액수다.
앞서 감정평가기관은 2021년 이 사찰의 보상 및 이주비용으로 5천400만원을 책정했다. 이에 현산 스님은 "터무니 없다"며 2022년 11월부터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투자심사위에 재결을 요청했고, 이들 기관은 각각 1천만원과 1천200만원의 상향을 결정했다.
하지만 스님의 속앓이는 해소되지 않았다. 애초 현산 스님은 2018년 2억4천만원의 인수금을 들여 지금의 사찰을 임차했다. 여기에 사찰 시설인 단청(1억5천만원)을 세우고, 내부 인테리어(2억9천만원) 등을 하면서 총 7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갔다.
1일 한 시민이 부천시 소사3구역 재개발사업조합과의 이주비 보상 문제로 시청 앞에서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산 스님을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2023.11.1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사찰 이사비용을 확인한 뒤로는 억장마저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이사업체들에 문의한 결과, 100여 점이 넘는 불상과 각종 시설물을 옮기려면 이사비용으로만 1억2천만원 이상이 든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현산 스님은 "기도 스님으로 활동하며 모은 전 재산은 물론 여기저기서 낸 빚까지 더해 사찰을 어렵게 꾸렸는데 한순간에 모두 날릴 판"이라며 "더군다나 보상 및 이주비용은 이사비용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니, 그냥 길거리로 내쫓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차피 이대로는 살아갈 방도가 마땅치 않아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단식농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상 등 이사비만 1억원 넘어
부천시청앞 광장서 단식 9일째
이 가운데 시는 재개발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 속에 불거진 문제라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이는 재개발 조합과의 분쟁 사항으로 시가 개입해 구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만, 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스님의 의견을 경청하며,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사3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모든 토지주와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절차에 맞춘 감정평가를 거쳤다"며 "현재 스님과는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