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느껴지는 아트 콜렉팅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예술을 좀 더 가까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소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WE ARE COLLECTORS: 선물.zip'은 소다미술관에서 3년째 이어온 전시다.
아트포스터와 미디어 작품을 감상한 뒤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의 포스터를 소장해보는 관람객 참여형 전시로, 인상 깊은 또는 취향에 맞는 작품을 나의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애니메이션·그래픽 디자인·일러스트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2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품을 알리고 꾸준하게 대중과 소통하며 활동해 온 작가들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주제가 된 '선물'은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뜻하는 동시에, 이러한 재능의 결과물인 작품을 소장하고 공유하는 과정의 의미를 뜻하기도 한다.
회화·그래픽·일러스트 작가 23명 참여
아트 콜렉팅 장벽 낮춘 '포스터 소장' 참여형 전시… 내달 10일까지
전시의 시작은 일러스트 영상작품들로 시작된다. 프랑스 출신의 앙드레 드헨은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빛과 공기를 잉크로 그려내는 작가로, 동시대의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장소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호찌민의 여행기를 다룬 그의 책 '하루 한 번의 폭풍' 티저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이 따뜻한 감성으로 녹아 있다. 오이슬 작가가 오일파스텔·유화로 그려낸 영상 작품과 신진작가인 싸비노의 숏폼 영상을 이곳에서 함께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은 액자가 아닌 포스터의 재질로 이뤄져 전시의 의미를 부각한다. 이 가운데 윤예지 작가의 작품은 그림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기후위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그린 멸종위기종인 외뿔고래와 부엉이, 바다코끼리가 남극에서 작은 커피바를 열고 있거나 빵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귀여움에 절로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현실의 위기감이 느껴진다.
청사진 기법을 쓰는 히더지 작가는 온라인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그림을 그린다. 대상의 외모가 아닌 내면의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재해석해 캐릭터로 표현하는 작가는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전시에서는 좀비가 나타나는 세상에서 원정대를 꾸려 떠나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민키 작가의 작품은 화면 한가득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 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각각의 인물은 저마다 다른 표정과 행동을 하고 있으며, 자세히 살펴봤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그림 곳곳에 숨겨져 있다. 특히 보라색 머리에 투명 헬멧을 쓴 민키 작가의 캐릭터가 작품마다 있어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전시를 모두 둘러본 뒤 나의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골랐다면, 입장할 때 받은 티켓에 번호를 적어 내고 포스터를 받으면 된다. 또 사이(SAI)작가와 소다미술관이 컬래버 한 팝업카드에 메시지를 적어 전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작가들의 영감에서 출발한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전달돼 행복과 위로, 일상의 환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