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예술 수업을 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텼어요."
13년 차 만화애니메이션 강사 이모(43)씨는 예술강사를 시작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수 제한 때문에 연 90시간밖에 일할 수 없던 그가 버는 돈은 1년에 360만원 뿐이었다.
이씨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야간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도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문화예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고, 정부 사업이기도 하니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의 내년도 국고 예산은 올해 대비 50% 삭감됐다. 작년과 올해 모두 575억원으로 책정됐던 국고 예산은 내년에 287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예술인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예술인을 학교 등으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예산안이 확정될 경우 예술강사 시수는 44%, 월 급여는 평균 6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국고 보조' 287억 책정
시수제한 받아 월 60만원 수준
道교육청 "문체부, 자체 확보를"
12년 차 영화제작분야 강사 문모(35·여)씨는 예술강사들의 처우가 "월 59시간에 갇혀있다"고 표현했다. 문화예술강사들은 매년 초 지역과 시수 등을 고려해 희망하는 학교를 선택하고 배당받는 형태로 일한다. 그러나 월 59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탓에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 등에서 제외되고, 월평균 급여는 약 96만원에 그친다. 결국 예술강사 대부분이 강의나 프로젝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해진 시수만 근무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문씨는 "학교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수 외에도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며 "SNS를 통해 학생들 작품에 관한 피드백을 수시로 주고받고, 예술적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에게 진로상담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예술강사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당국에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교육 관련 사업은 문체부 예산이 아닌 교육부 교부금을 통해 확보하라는 기조가 있어 감액된 것"이라며 "지방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대응사업이라 문체부가 예산을 줄이면 우리도 줄여야 하는 게 맞지만, 좋은 사업이라 현행유지를 했다"며 "내년도 교육청 예산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 문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