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이름 없는 시신들에 관한 이야기와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오는 16일 개막하는 제28회 인천인권영화제 개·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인천인권영화제조직위원회는 16~19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리는 제28회 인천인권영화제 상영작 15편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사흘간 영화공간 주안… '당신과 나의 기억·애도·투쟁' 주제
개폐막 伊 '신원미상자의 이름'·1029 참사 '별은 알고 있다'
올해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신원미상자의 이름'(발렌티나 시코그나, 마티아 콜롬보·2023)이다. 이 영화 속 법의학자 크리스티나의 부검실로 매일 밤 이름 없는 시신들이 도착한다. 그는 이들을 '퓨어 언노운'(Pure unknown·이름을 알 수 없을 뿐인 사람들)이라 부른다.
이들은 홈리스, 성노동자, 탈가정 청소년 등 사회 가장자리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해안으로 밀려온 이주민들이 대다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죽은 이들의 존엄에 대한 권리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이 영화에서 아무도 없다. 크리스티나 외에는….
19일 상영하는 폐막작은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권오연·2023)이다. 지난해 10월29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던 이태원 거리는 수십 대 구급차 불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애도가 아닌 망각을 조장하는 텅 빈 분향소에 저항하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선명한 붉은색 목도리를 두르고 하얀 눈이 쌓인 이태원 거리로 나왔다. 봄, 여름을 지나 돌아온 가을,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어떤 시도와 변화, 좌절 그리고 연대가 생겼는지 끝나지 않은 이태원 참사를 들여다본다.
영화제 출품작 15편은 7개 부문으로 나눠 상영된다. 폐막작은 이태원 참사 인천지역 시민대책회의와 공동으로 상영한다. 성소수자 이야기라며 배제된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서아현·2022)가 연대 상영되며, 서울 구로구 오류시장에서 4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는 부부 이야기 '오류시장'(최종호·2023), 평일 오전 8시 지하철 플랫폼에 모이는 장애인과 시민을 다룬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민아영·2023) 등이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과 함께 선보인다.
올해 인천인권영화제 슬로건은 '당신과 나의 기억·애도·투쟁 : 원-마주 잇다'이다. 조직위는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구체적 얼굴이 모두를 마주 보며 다름과 연루로 잇는 원이 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천인권영화제는 장애인 접근권을 확보하고자 모든 작품을 소리정보가 담긴 한국어 자막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영화제는 무료 상영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