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에서 지원한 조은미 작가(양구백자박물관 레지던시 입주작가) 개인전이 최근 이화아트센터(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조형대A동 2층)에서 전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오브제 작품들과 퍼포먼스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間 : FLOW' 주제로 '흐름, 몰입, 계속 나아가다.' 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작가는 "반복적인 작업 과정은 나에게 수행적 행위와도 같다. 이러한 과정의 연속은 나의 내면의 안정을 주고 자아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상 같은 작업이지만 여전히 머리가 먼저 움직여 나의 손을 규제한다"며 작가의 내면 변화를 점토의 물질성을 중심으로 보여줬다.
오브제 작품들과 퍼포먼스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間 : FLOW' 주제로 '흐름, 몰입, 계속 나아가다.' 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작가는 "반복적인 작업 과정은 나에게 수행적 행위와도 같다. 이러한 과정의 연속은 나의 내면의 안정을 주고 자아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상 같은 작업이지만 여전히 머리가 먼저 움직여 나의 손을 규제한다"며 작가의 내면 변화를 점토의 물질성을 중심으로 보여줬다.
작가는 흙을 만지며 예술작품으로서 멋있고 아름다워 보이려는 시각적 욕심을 버리고, 흙 본연의 순수미감을 느끼며 이 과정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이 과정은 작가가 추구하는 '꼭 알맞은 상태'를 찾아가는 시간이며,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미를 발견하기 위한 작가 수행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흐름, 몰입, 계속 나아가다.' 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 첫 공간에 들어서면 작가의 사고 변화를 작업의 '흐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 작가에게는 전통적 도자 제작에 대한 규약과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와 동시에 스스로 도예가로서 필수 불가결한 소성 그 절차적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한다.
그 갈등과 시도를 오브제의 흐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쓰임 중심의 공예작품으로 시작해 암석 같은 덩어리로 흘러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내면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원시적 제작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인위성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를 통해 작가는 비우고 자연스러움으로 향한 한다.
가마를 직접 제작하고 장작소성을 통해 불에 굽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재정립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소성은 흙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행위이다. 본질을 찾으려는 하나의 시도인 것이다. 이는 작가 본인의 본질성을 찾으려는 수행적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정에서 흙은 점토에서 슬립상태로 변한다. 해체된 덩어리는 인위적 압력이 무의미해지게 하며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작가는 기다리고 기다린다. 시간이 흘러 슬립 상태의 흙이 다시 덩어리가 되어 멈춘다. 시각적 훈련을 받은 작가는 욕심에 멈춘 흙을 더 근사하게 보이기 위해 다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욕심을 버리기 위해 눈을 가리고 슬립상태의 흙과 순수하게 교감의 시간을 유도한다.
흙은 작가에게 있어서 작가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다. 흙으로부터 태어나고 흙으로 돌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흙은 다시 돌아갈 고향이다. 흙을 만지는 행위는 작가가 자신과 마주하고 대화하고 아픔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상처가 치유되고 무너진 자아를 다시 건립하기도 한다. 이러한 몰입하는 시간은 자아의 확장에 도움을 준다. 작가의 드러나지 않은 내면과 마주하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대한 내면의 자아와 마주한 작가는 흙의 유혹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갈등을 느끼며 내면에서 대립구조를 겪게 된다. '다양한 페르소나에서 벗어나 가면을 벗고 본연의 모습을 찾을 것인가?', '또다른 가면을 쓸 것인가?'의 고뇌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작가의 갈등을 두 번째 테마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테마에서는 해야만 하는 것들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히 계속하겠다는 작가의 결연 같은 것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영상과 대형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숙명 같은 틀과 그 틀을 깨고 싶은 의지가 공존하는 사이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이러한 과정을 관람자들과 공유하는 것은 예술의 과정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며, 예술을 단순한 결과물로 보지 않는 접근임을 알 수 있다.
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