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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호수였던 시흥시 '시화호'는 해수화 선언과 조력발전소 설치 후 오염 호수란 오명을 딛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랜드마크가 됐다. 사진은 12일 시화조력발전소 너머 보이는 시화호 전경. 2023.11.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간척지 조성에 수조 투입했지만
수질 악화후 해수화 '방향 전환'
방조제 헐고 조력발전소 기사회생
시흥·화성 산단 메카로 떠올라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 조성이 내년 30주년을 맞는다.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시화호 건설은 뜻하지 않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막아 조성된 시화방조제가 생태계를 파괴시키며 가장 흉물스런 '오염호수'로 전락, 국가적 이슈로 등장했다.

뒤늦게 간척사업을 포기하고 해수화를 선언한 지도 23년이 흘렀다. 시화호의 뼈아픈 과거를 다시 재조명하고 정부의 무관심 속에 추진되는 시화호 조성 3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살리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고충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주

 

과거 수질오염 심각한 시화호
조성된지 30년을 맞이한 시화호로 육지화된 대부도가 수도권 최대 관광지로 부상한 반면 과거 심각한 수질오염에 시달렸다. /경인일보 DB

시화호의 탄생은 단순했다. 정부가 1980년대 초 중동건설 붐이 한창이다가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건설로 외화벌이가 어렵게 되자 국책 토목사업을 기획했다. 해외건설 철수업체들이 보유한 유휴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국내경기 부양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군부정권 특성상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그 대상지로 시화지구 바다를 막아 담수호를 만들어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나 산업단지에 용수를 공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업시행자로 당시 농어촌진흥공사가 지정됐고 1986년 6월 당시 안산 대부도와 화성군을 잇는 길이 12.7㎞ 시화방조제 대공사가 시작됐다. 대선·불도·탄도방조제가 1988년 5월에 완성됐고, 1994년 1월 시흥시 오이도와 대부도의 방아머리를 잇는 주방조제가 추가 완공되면서 인공호수인 시화호가 탄생됐다. 호수면적만 43.8㎢이고 간척지 면적이 133.7㎢, 최대수심 18m이다.

 

시화호조력발전소 시험 가동을 앞두고 퇴적토 조사를 위한 시화호 물빼기 작업1
시화호조력발전소 시험 가동을 앞두고 퇴적토 조사를 위한 시화호 물빼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3월17일 시화호 상류지역이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조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인일보DB

하지만 완공 후 시화호 유역의 공장 오폐수 및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헬게이트'란 오명을 쓴 채 급기야 1997년 이후 해수를 유입하기 시작, 2000년 12월 정부는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화를 공식 선언했다. 수조원을 쏟아 부은 국책사업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해수화 이후 각종 오염방지 시설공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 탓에 수천억원의 국비가 다시 투입됐고 이런 오욕의 세월을 10년 가까이 보내야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나서 시화방조제 중간을 헐어낸 뒤 조력발전소를 설치하면서 수질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 경제적 가치창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조력발전소 수차발전기 10기에서 25만4천㎾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발전소 옆에는 시화나래휴게소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시화호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핫플레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망가진 환경을 되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값비싼 환경교육의 산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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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조력발전소 시험 가동을 앞두고 퇴적토 조사를 위한 시화호 물빼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0년 3월17일 시화호 상류지역이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조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인일보DB

 

시화호의 행정구역은 안산시가 70%를 차지하고 시흥시와 화성시가 30%를 관리하고 있다. 시흥시에는 시흥스마트허브(시화국가산업단지), 화성시에는 송산그린시티 등이 들어서 산업단지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시흥시는 시화호를 주무대로 한 해양관광레저타운으로 거북섬 특화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죽음의 호수 시화호가 생명의 호수로 거듭나는 상전벽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화호로 인해 죽음의 도시 오명에서 고통받은 지난 세월을 버텨온 시민들이 이제는 가장 살고 싶은 힐링 도시로 변모한 데 가슴뭉클해한다"면서도 "시화호는 지역의 호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환경호수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