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직접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 연대에 더욱 힘쓸 생각입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인천녹색연합의 향후 목표는 시민 친화적인 환경단체다. 시민들과 연대를 바탕으로 온전히 인천 환경운동을 시민과 자연을 위한 활동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인천녹색연합은 1천80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생태계 보전, 야생동식물 보호, 후학 양성 등 전방위적인 환경운동을 진행 중이다.
오늘날 인천녹색연합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창기엔 운영비가 부족해 활동가들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활동가들이 이탈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면서도 30년 내내 인천녹색연합의 자리를 지켜온 이가 있다. 계양산 골프장 설립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활동가로 알려진 생태교육센터 이랑 유종반(6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인천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인 인천녹색연합의 창단 멤버이자 3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유 대표는 '인천 환경운동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그냥 남들과 똑같이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2014년부터 인천녹색연합 전문교육기관 사단법인 생태교육센터 이랑 대표로서 환경 운동가 후학 양성과 시민들을 위한 환경·생태교육을 하고 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이후 배달환경클럽 결성… 원년 50명 중 3명만 남아
계양산 골프장 개발 반대 가장 기억… 시민 품에 공원 돌려준 점 의의
개발 이익 연루 주민 "환경 보전 아닌 보상금 목적" 회의감 든 경험도
인천녹색연합의 모태는 인천배달환경 클럽이다. 배달환경 클럽은 우리 민족 고유 환경단체를 만들고 싶어 '배달'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한다.
배달환경 클럽은 1991년 대전에서 결성됐고 인천배달환경 클럽은 1993년 5월 7일 결성됐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지인이 인천배달환경 클럽의 창립멤버로 활동하자는 제안을 수락하면서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인천배달환경 클럽 원년 멤버로 50명 정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활동하는 운동가는 유 대표를 포함해 총 3명이다. 유 대표는 "설립 후 10년 정도까지는 운영비가 부족해 활동가 급여도 주지 못했을 만큼 열악했다"며 "지금까지 환경운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연과 생명을 볼 때마다 느끼는 벅차오르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배달환경 클럽은 1996년 녹색연합으로 개명한다. 푸른한반도되찾기시민의모임, 대한녹색당창당준비위원회 등 환경단체 2곳이 연대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인천배달환경 클럽도 자연스레 지금의 인천녹색연합으로 바뀌었다.
인천은 우리나라 도시 중에서도 손꼽히는 항만, 공단 도시다. 항만과 공단의 발달은 인천시의 경제 발전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인천 환경을 빠르게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유 대표는 과거 인천을 '공해 백화점'이라고 지칭했다.
항만, 공단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인한 인천의 대기오염도 심각했지만, 이보다 유 대표는 갯벌에 주목했다. 인천시가 곳곳에서 진행하는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개발 과정에서 간척사업은 계획돼 있었고, 이는 영종도갯벌과 송도갯벌이 파괴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유 대표뿐 아니라 인천 지역 환경운동단체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갯벌 매립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유 대표는 "인천의 갯벌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천연생태자원의 보고인데 인천시는 오로지 경제발전에만 집중해 환경정책을 등한시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환경운동만 30년 활동했기에 그에겐 기억에 남는 사례도 많다. 갯벌 간척 사업과 같이 열심히 활동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고 반대로 환경운동을 통해 환경 보전을 넘어 사회적 여론을 바꾼 사건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계양산 골프장 개발 반대 운동이다. 유 대표는 계양산 개발 저지를 두고 "기념비적인 시민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자연 개발 반대 운동에서 환경단체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계양산 골프장 개발은 사업을 저지했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민에게 계양산을 있는 그대로 돌려줬다는 점이 의의가 크다"고 했다. 계양산 둘레길은 인천의 대표적 트레킹 코스로 여름엔 등산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는 '바닷모래 채취 상한제' 제정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유 대표는 "2004년에 옹진군 덕적도 앞바다 모래가 유실돼 조사해 보니 건설사가 무분별하게 바닷모래를 채취한 것이 해안가 모래 유실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다"며 "인천녹색연합은 이를 공론화하며 전국에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부작용 등을 알렸고, 바닷모래 채취 상한제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환경운동을 하며 가장 힘들고 단체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 경험도 있었다. 유 대표는 "개발 이익과 관련해 연루된 적이 있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남동구 논현동 남동산단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이 인천녹색연합에 '환경 파괴를 부르는 개발을 막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대표는 "주민들이 개발 보상금 등을 원하는 걸 알았지만 환경문제도 분명히 있었기에 시민들과 연대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를 포함해 인천녹색연합은 시와 협의해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유 대표의 기대와 달리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주민들은 '왜 이렇게 쉽게 협의했냐?'며 인천녹색연합 사무실을 무단 점거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한 달 가까이 농성을 지속했다. 유
대표는 "인천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시민단체인만큼 무단 점거한 시민이라도 경찰에 신고하기는 싫었다"며 "그 이후론 주민들과 연대할 땐 주민들의 참여 동기를 더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유 대표는 최근 인천녹색연합 창립 30주년 좌담회를 열어 "앞으로 녹색연합은 반대운동이 아니라 전환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환 운동은 정부 정책의 무조건적인 'No'가 아닌 대안을 제시해 정부 정책을 전환하는 생산적인 시민운동을 뜻한다.
그는 "전환 운동의 의의는 결국 시민들의 삶을 좋은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라며 "개발과 환경 보호의 공존을 목표로 합리적인 환경운동을 앞으로도 이어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글/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유종반 대표는?
1958년 전북 정읍 출생. 1993년에 인천녹색연합 창립하고 이후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30년 동안 환경 운동가로 활약하면서 계양산 롯데 골프장 반대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과 인천환경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는 인천녹색연합 부설 교육전문기구 생태교육센터 이랑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환경·생태 인문학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때를 알다 해를 살다', 그림동화 '도토리 할아버지 왜 춥고 더운 거예요', '놀자 놀자 해랑 놀자'(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