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수집… 지역 배분 5권 발간

그는 "민담은 수백 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라며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온 형식과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써온 글의 밑단엔 옛날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작가가 어린이들을 위해 시간이 흐르며 바뀌고 흩어진 민담의 원래 이야기를 20여 년간 수집해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을 발간했다. 책에는 60년 문학 인생을 바라보며 어린이들이 두고두고 읽을 만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시대의 관점으로 기록된 민담집들을 꼼꼼하게 탐색하고, 같은 내용이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 비교하는 작업을 거쳐 엄선한 이야기를 그만의 시선과 문장으로 재탄생 시켰다.
민담집은 모두 50권으로 기획됐는데, 환상적인 동물들이 나온다거나 어린아이가 겪는 이야기, 또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지식이나 교훈 등 배울 점들이 있는 이야기로 골라 지역적으로 배분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 중 5권으로 ▲우리 신화의 시작 ▲연오랑과 세오녀 ▲해님 달님 ▲우렁각시 ▲지하 마왕과 한량으로 구성돼 있다.
2권까지 역사를 다룬 이유에 대해 황석영 작가는 "어린이들이 민담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 뿌리에 대한 생각을 할 것"이라며 "기왕 우리 이야기를 하는 김에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시작에서부터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담은 그저 오래된 옛날 이야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전하는 이들이 각자 처한 상황과 기호에 맞춰 바뀌기도 하고, 발전해 오기도 했다.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지만 현재의 이야기기도 하고 또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