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교부세 삭감 기조 유지
가용재원 줄어 사업 축소 불가피
의정부·부천 등 5천억 지방채 발행
자립도 낮은 곳은 '재정절벽' 우려
사상 최대 세수 결손 여파로 정부의 교부세가 대폭 줄어들면서 내년도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경기도 각 시·군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부세 비중이 낮은 대도시들도 경기불황으로 법인세 세입이 줄면서 사실상 내년엔 모든 지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19일 경인일보가 도내 각 시·군의 내년도 예산 편성 상황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 지자체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위해 그동안 비축해 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정부시, 부천시 등 12개 지자체는 총 5천억원이 넘는 지방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또한 대다수 지자체가 표면적으로는 내년도 예산이 소폭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경상경비와 국도비 보조사업비 등이 늘어난 것으로 실제 가용재원은 감소해 사실상 신규사업 추진이 어려운 형편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매년 시·군에게 주던 보통교부세와 부동산교부세를 올해 30% 이상 삭감한 데 이어, 내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탓이 크다. 도가 주는 일반조정교부금도 경기 부진 등 도세 세수 부족의 영향으로 축소될 전망인 데다, 국도비 보조금 등 의무경비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으로 재정난이 알려진 의정부시의 경우 내년 지방교부세가 올해 대비 310억원 정도 감액될 것으로 추계했다. 또 도 일반조정교부금 또한 올해 대비 90억여 원 줄어 모두 400억원이 넘는 세입에 구멍이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의정부시에서 이 같은 세입 감소는 타격이 크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잔액 190억원과 순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을 활용하더라도 부족분을 메우기엔 턱없이 모자라자, 의정부시는 내년에 열리는 시 주관 행사·축제를 잠정 보류하고 업무추진비를 일괄 삭감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국 시·군·구 재정자립도 1위이자 정부 교부세를 받지 않는 화성시도 재정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반도체 기업 실적 악화 영향으로 법인지방소득세가 올해 4천652억원에서 내년 2천6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나는 등 내년에 총 2천724억원의 세수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2천189억원을 전입해 재정부족분을 채운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일부 사업의 축소 또는 일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군별 여건에 따라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충분한 곳은 비교적 재정위기를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재정자립도가 낮고 기금도 고갈된 지자체는 재정 절벽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자인 경우 기존 사업에 제동을 거는 것을 넘어 시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이미 내년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나 복지혜택을 줄이고, 복지관 등 민간위탁시설 예산을 동결 또는 삭감하기로 한 곳이 적지 않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적 책임이 기초지자체에 전가되는 모양새인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앙정부 대신 지방정부가 빚을 지고, 결국은 주민들에게 제공될 서비스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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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종합·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