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 '전국 유일 쌀 산업특구' 여주시, 농업 현황… 내년도 市 지원 정책
수매량 70% '진상' 품종 소비자 만족에도
적은 수확량·잦은 병충해 농민들에 큰 부담
민선 8기 주력사업들 '품질 관리'에 포커스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립' 선순환 카드
직거래땐 가격·충성도 등 '수익 대안' 불구
소농·고령농 판로 어려움… 급식 우선 제안
행정·농협·생산자, 안정적 소득보장 한뜻
도농복합도시 균형발전땐 상생역량 극대화
전국에서 유일한 '쌀 산업 특구'인 여주의 대표 브랜드인 '대왕님표 여주쌀'은 지난 10월 농특산물 쌀 브랜드 부문 대상 수상 등 고객들의 신뢰와 사랑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22일 여주 농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여주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의 부실 경영과 운영위원회에서 합의된 벼 수매가격을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양질의 쌀을 생산한다 해도 재생산을 위한 농민들의 적절한 수입 보장은 아직 멀어 보인다. 반면 여주통합RPC는 "수매가 인상은 곧 재고와 적자로 이어지니 수매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시의 농업 정책은 농민, 농협, 소비자 사이 어디쯤 있는 것일까. 여주의 쌀 농업 현황과 내년도 시 농업 정책을 톺아본다. → 표 참조·편집자 주
쌀 농업은 여전히 산업 역량이 제한되고 있다. 농산물 수입 자유화와 정부의 수급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 정책 때문에, 농가의 소득향상보다 물가안정이 우선돼 수매가는 '양곡관리법'에 종속돼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수매를 하거나 시장격리를 하는 것을 '할 수 있다'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종자 선택과 수매가격 결정이 농민에게 완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력 품종 결정은 지역 농협과 통합RPC가 해 지역별로 상대적인 자유가 있다.
시의 주력 품종 '진상'은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량이 적지만 품질이 뛰어나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이와 함께 계절에 따라 수확량이 많은 '영호진미'(2021)나 '추청'(2022)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고품질로 자부심 키웠지만 가격과 유통에 불만 쌓여
여주시농민단체협의회(이하농민단체협의회) 류병원 회장은 "여주 쌀 수매 물량의 70%가 '진상' 품종으로 찰지고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밥맛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만 수확량이 적고 도열병 등 병충해에 약해 농부들에게는 농자잿값과 인력관리비가 늘어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여주 농민들은 재배가 까다롭고 비용은 더 들지만 전국 유일의 쌀 산업 특구라는 자부심으로 고품질의 쌀 생산에 전력을 쏟아 왔다. 하지만 여주통합RPC의 운영은 이 같은 농민들의 의지와 열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진상미'와 '영호진미'에서 올해는 '진상미'와 '추청'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품종선택이나 가격 면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된 불만이다.
농민단체협의회는 "개정된 '쌀산업특구운영에관한조례'에 따라 생산자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이뤄진 민관TF팀이 협력해 의견을 조율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품질 향상에 맞춰진 쌀 산업 발전 방향
이런 농민들의 생존을 위한 요구와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상반된 목표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는 시의 속내는 그래서 더 복잡하다. 우선 농자재 및 토양 개량제 지원, 가공 저장 시설현대화, 여주쌀 브랜드 홍보로 요약되는 '쌀 산업 특구 지원 사업'은 민선 8기의 주력 사업이다.
여주 쌀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를 알리는 일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못자리용 상토와 맞춤 비료 지원, 친환경 농업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과 우량종자 보급 시범 사업, 재배 기술 교육 등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시가 수립한 내년도 '여주쌀 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 계획'에 담긴 주요 지원 사업이다. 거의 모든 지원 사업이 여주 쌀의 품질관리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시는 농가 소득을 높여줄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먹거리에는 쌀뿐만 아니라 고구마, 참외, 배, 가지, 땅콩 같은 전략 품목도 들어 있다. 지역 농특산물을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해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직거래 활성화 등 농가 수익 대안 찾아야
문제는 판매다. 불확실한 후불제 수매가에 농가의 생존을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면 직접 수요자와 만나는 직거래를 늘리는 것이 옳다.
여주의 쌀 생산량은 한 해 약 4만t이다. 이 중 3만2천t이 통합농협RPC를 통해 수매되니 그 나머지 8천t이 직거래 되는 셈이다. 내년에는 수매량을 2만5천t으로 줄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직거래의 경우 10㎏ 판매가를 4만원 정도로 잡으면 수매가보다 25% 정도를 더 받고, 또 충성도가 높은 고객도 확보하니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소농이나 고령농의 경우 직거래 판매가 쉽지 않다.
이에 농민단체협의회는 "우선 지역 농특산물을 학교급식이나 음식점 등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여주쌀은 지역 식당과 학교 급식에서 우선 사용하는 로컬푸드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품질·맛을 높이 평가받는 것이 목표다.
이런 방향성을 통해 여주쌀이 품질 좋은 농산물로 인정받고, 농민들의 수익도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 행정, 농협, 생산자 간 신뢰와 소통 늘려야
지난 10월에 새로 위촉된 현종기 시 농업분야 정책자문관은 "여주시의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 소득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행정, 농협, 생산자 간의 신뢰와 소통을 통한 지역의 파워브랜드 육성"을 제안했다.
여주는 도농 복합도시다. 도시화와 농업인구의 고령화로 농지는 줄고, 1인당 쌀 소비는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농촌과 도시의 공존을 위해서는 상호보완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의 균형발전이란 각자가 보유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조성하는 것이다. 도시는 농촌에서 안전한 농식품을 구매하고, 농촌은 도시의 과밀화된 인구를 흡수하며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공한다면 이보다 나은 상생 방안은 없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