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동 썩은 2그루 베어져 검게 변해
市 "점검중 우연히 발견하고 잘라"
경관 위해 의도적 행위 의혹 제기

28일 오전 8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거리에는 플라타너스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지어 심겨있었다. 500m가량 이어진 거리 양쪽에 6~7m간격을 두고 늘어선 플라타너스는 우뚝 선 모습으로 남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아트센터 주차장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한 한 호텔 앞은 휑한 모습이었다.
호텔 정문 앞에 있던 가로수 2그루가 나란히 베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베어진 나무 밑동은 썩어서 검게 변해있었고, 그 위로는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현장 확인 결과 이들 가로수는 지난 6월 초 고사했으며, 수원시는 이를 확인한 뒤 외부 업체를 불러 나무를 베어냈다. 시는 내년 봄 해당 가로수를 메워심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사한 가로수가 호텔 정문 앞에 나란히 있었던 탓에 일각에선 해당 호텔이 경관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로수를 고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호텔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던 A(56)씨는 "나무가 호텔 외관상 피해를 주고, 주차장이 뒤로 돌아가야 하는 형태다 보니 정문 앞에 있던 걸 베어버린 것 같다"며 "플라타너스는 잎이 커서 이산화탄소 흡수 역할도 잘하는 일종의 공공재인데, 호텔이 베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반면 시는 현장점검 중 고사목을 발견해 정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많아 위험 수목이 많은 편이다. 나무가 오래되면 속에 공동(빈 구멍)이 생기거나 부패하고 고사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정비를 한다"면서 "해당 나무는 지난 6월 초에 응급복구팀에서 점검을 하다 우연히 발견해 잘라낸 것이지 민원 등을 받은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호텔 역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호텔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문 앞에 있던 나무가 잘려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다"며 "나무는 수원시청에서 자체적으로 자른 것이지 호텔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