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찾는 친환경 소각장 '하남 유니온파크'
7만9천㎡ 부지, 연평균 30만 방문
풋살·테니스장, 하남시민은 무료
환경시설 지하화 세계 최초 사례
인천시, 2026년부터 '직매립 금지'
4곳중 남부권 제외 건립속도 더뎌
인식 개선·최대 1천억 혜택 추진
지난 5일 오후 찾은 경기도 하남시 유니온파크. 105m 높이의 전망대(유니온타워)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풋살구장,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은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시설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하남시민은 무료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한 주민에게 물으니 시설 이용 만족도가 꽤 높았다. 그는 "풋살장이나 테니스장은 인기가 워낙 많아 주말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주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며 "집에서 가까운 곳에 무료 체육시설이 있어 자주 오고 있고,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전체 넓이 7만9천㎡인 유니온파크 연평균 방문객은 30만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공원이지만, 공원 아래 지하 공간에는 도시 유지에 필수적인 환경기초시설이 숨어있다. 환경시설을 지하화한 세계 첫 사례다.
하수처리시설과 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음식물자원화시설, 재활용선별시설이 함께 모여 365일 가동된다. 지하 4층, 깊이 25m로 이뤄진 환경시설에서 112명의 인원이 교대로 근무한다. 반면 지상에는 전망타워와 체육시설, 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유니온파크의 하수처리시설은 일 3만2천t의 용량을 갖췄다. 슬러지건조설비(하루 60t)와 오수중계펌프장(하루 11만t)도 있다. 소각장은 하루 48t의 생활폐기물을 태울 수 있고, 음식물자원화시설은 매일 80t 정도의 음식물폐기물을 건조해 사료로 만들어낸다.
또 재활용선별시설에서 하루 50t의 재활용품을 자동 분류 후 가연물(비닐·필름 등)로 고형연료(SRF)까지 생산 중이다. 모든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증기와 열 등 에너지는 시설 관리와 인근 지역 에너지로 재이용된다.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환경기초시설이 모인 곳이지만 주민 민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유니온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754세대 )까지 거리는 30여m에 불과하다. 20여m 떨어진 옆으로는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이 위치한다. 이 쇼핑몰 이용 고객은 하루 평균 3만명에 달한다. 인근 주민과 방문객 대부분 환경시설의 존재를 인지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유니온파크 지상부에서도 악취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승강기를 타고 환경시설이 있는 지하로 내려가서야 희미하게 냄새가 풍겼다. 지하에는 소각장과 재활용선별시설, 하수처리장 등이 각각 분리돼 동시에 가동됐다. 모든 시설에서 나오는 악취는 포집 장치를 거쳐 소각 및 약품 처리한 후 굴뚝 1곳을 통해서만 외부로 나갈 수 있다.
유니온파크 관계자는 "각종 폐기물을 이송하는 차량은 새벽 시간대 전부 일원화된 지하 출입구로 이동하고 폐기물은 6단계의 밀폐 차단문을 거쳐야 한다"며 "전체 지하 시설은 모두 음압 상태로 유지돼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냄새가 나갈 수 있는 구멍을 굴뚝 한곳으로 통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7만9천㎡의 시설면적 중 48t의 소각장이 차지하는 넓이는 5천710㎡다. 다만 소각로와 반응탑 등 시설의 높이가 있어 지하 1~4층을 전부 쓰고 있다.
차량을 통해 옮겨진 생활폐기물은 200t 용량의 저장조에 보관된다. 이곳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쓰레기를 소각로에 넣어 태우면 10~14% 정도가 소각재로 나온다. 이 소각재는 바닥재(80%)와 비산재(20%)로 분류된다. 바닥재는 벽돌과 보도블록 등으로 사용하고, 비산재는 지정폐기물로 매립된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은 처리·제거 과정을 거쳐 기준치 이내로 굴뚝을 통해 배출된다. 굴뚝 내부 30m 지점에는 환경부의 자동측정기기(TMS)가 설치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추운 겨울에는 수증기가 눈에 보이지만 평소에는 아무런 연기도 보이지 않는다.
유니온파크도 과거 주민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곳은 지난 2011년까지 10t 규모 소각장을 비롯해 음식물처리장, 하수처리장 등이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 시설 노후화 등으로 악취가 심해 관련 민원이 지속됐다. 이곳 인근에 주택단지 조성이 계획되면서 지하화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지하화 과정에서 시설 용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있었지만 공무원들이 집집마다 찾아가며 설득했다. 약 45개월 공사 끝에 지난 2015년 6월 유니온파크가 준공됐고, 아파트 입주와 쇼핑몰 건립이 이어졌다.
유니온파크처럼 주민친화적인 환경기초시설(단지)을 조성하는 것이 인천시가 내년에 풀어야 할 과제다.
오는 2026년부터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인천시 역시 권역별 광역 소각장 건립을 준비 중인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입지를 확정지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오랜 시간 피해를 입은 인천에서 매립지 사용종료를 위한 친환경 소각장 건립은 더욱 절실하다.
현재 인천시가 소각장을 지어야 할 지역은 동부권(부평구·계양구), 서부권(중구·동구·옹진군), 남부권(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 북부권(서구·강화군) 등 모두 4곳이다. 이 중 기존 송도소각장을 현대화하기로 한 남부권을 빼고는 좀처럼 소각장 건립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권은 경기 부천시와 함께 소각장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부천시가 지난 3월 소각장 건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인천시와 부평구, 계양구가 TF를 꾸려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입지선정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서부권은 입지선정위원회가 구성돼 지난 6월 영종도 내 5곳의 후보지를 제시했지만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혔고 입지선정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북부권은 소각장이 들어설 장소를 찾기 위한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용역'이 현재 진행 중으로 내년 5월께 결과가 나온다. 이후 진행될 입지선정위의 소각장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이 지어야 할 소각장 용량은 각 240~380t 정도로 추산된다. 유니온파크에서 48t 규모 소각장이 차지하는 시설면적은 5천710㎡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인천시가 추진하는 소각장 면적은 2만5천㎡~3만㎡ 정도다. 하수·소각·음식물·재활용처리 시설이 집합된 유니온파크 지하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인천시는 시설이 전부 지하화되는 친환경 소각장에 대한 주민 인식 개선 노력과 함께 지역별 소각장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소각장이 없어 다른 지자체에 폐기물 처리를 부탁해야 하는 군·구에는 '반입협력금'을 부과하고 소각장이 들어서는 지자체에는 최대 1천억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친환경 소각장 주민 견학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인식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지자체에서도 소각장 건립에 적극 동참하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