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펜스 설치해 '눈쌀'

높이 2m 가량 장벽 수 ㎞ 이어져

여유있던 길 '1명 넓이'로 줄어

"지역사회 상생 가치 무시"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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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가 부천시 역곡동 일대 등산로에 사유지 표시를 위한 펜스를 설치해 등산객들이 비좁은 산행길로 불편을 겪고 있다. 2023.12.10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부천시에 소재한 가톨릭대학교가 원미산을 잇는 등산로 일대에 사유지 표시 등을 위한 대규모 펜스를 설치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강한 원성을 사고 있다.

애초 주민들의 교내 출입 통제를 위해 일부 구간에 세워졌던 펜스가 시간이 흐르면서 등산로를 포함한 사유지 전체로 확대돼 대학 스스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거부한 '갈등의 벽'을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부천시 역곡공원 일대 등산로. 가톨릭대와 맞닿은 등산로 주변에는 높이 2m가량의 철제 펜스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펜스는 멀미산과 원미산 둘레길로 연결되는 등산로 어디서든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마치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분단의 상징인 최전방 철책선을 방불케 했다.

산 중턱에 이르자 펜스는 아예 등산로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채 설치돼 있었다.

성인 4~5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 널찍했던 등산로는 이제 한 명이 겨우 지날 만큼 좁아진 상태였다.

산행 중 만난 김모(63)씨는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사랑받던 등산 코스가 대학 측의 일방적 결정으로 흉물스럽게 변했다"며 "주말이면 비좁아진 등산로로 인해 등산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앞서 가톨릭대는 2018년부터 학생들에게 위협감을 주는 주민들의 통행을 막겠다며 대학 소유 땅 경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유 부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측량 작업을 거친 후로는 펜스 설치 범위를 더 넓혔다. 최근에는 산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직선거리 250m가량을 추가 설치하면서 일대 등산로에는 수 ㎞에 이르는 펜스 장벽이 세워진 상태다.

산행에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들은 가톨릭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곡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는 주민과의 공존 또는 상생의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며 "주민보다 사유재산을 우선시하는 이런 행태는 지금의 시대와 동떨어진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 관계자는 "학교 교지로서, 교지 경계와 구역 설정이 필요해 펜스를 설치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민원을 최대한 고려해 등산객들의 이동 동선 등을 사전에 부천시와 협의해 (펜스 설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