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자원봉사센터 20년 걸어온 길
20년전보다 봉사자 35배·단체 500곳 ↑
'태안' '세월호' 눈물 닦고 해외 손길도
'착한공터' 온라인공간 마련·예우 신경
각종 캠페인에 사회적 약자 개념 확장
봉사로 세상에 감동을 주는 많은 봉사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유무형의 자원을 이웃과 나눴지만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이를 나눈 자원봉사자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바뀌는 신비로운 일이 일어난다. 자원봉사만이 가진 힘으로 수원시민을 하나로 묶고 수원시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여 온 수원시자원봉사센터 20주년을 돌아본다.
■ 수원시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달려온 20년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2003년 10월20일 문을 열었다. 최초 개소 당시 명칭은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였다. 지역에 산재한 자원봉사자 및 단체들과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태동했다.
개소 10년 만인 지난 2013년 4월 장안구 정자동 옛 대한지적공사 경기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전하면서 종합운동장에서의 더부살이도 마무리했다. 영통구와 권선구 주민들의 자원봉사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영통분소를 개소(2017년 3월)했으며, 편리한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동 자원봉사 캠프도 운영했다. 또 2019년 7월에는 명칭을 수원시자원봉사센터로 변경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첫 개소 당시 1만2천명 수준이던 등록 자원봉사자 수는 지난 11월 말 기준 41만9천여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35배나 증가한 것이다. 등록단체 수도 198개에서 698개로 500곳 늘었으며, 자원봉사가 필요한 수요처 역시 89곳에서 776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연간 누적 봉사시간은 올해 11월 말 기준 89만시간을 기록 중이다.
■ 재난·재해 현장을 따뜻하게 보듬은 손길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20여년간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난·재해 현장으로 서슴없이 달려가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해외 국가의 어려움에도 빠르게 응답했다.
2007년 12월7일 태안 앞바다를 검은 기름으로 뒤덮었던 태안기름유출사고는 센터를 중심으로 한 희생과 연대의 출발점이다. 사고 발생 닷새만인 12일부터 이듬해 4월30일까지 114일 동안 2만17명의 수원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오염된 바다를 되살리고자 힘을 보탰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센터는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고자 손과 마음을 보탰다. 이웃한 도시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가운데 수원시연화장과 합동분향소 등에 7개월 동안 839명의 자원봉사자가 유가족과 조문객을 위한 급수지원과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이후로도 각종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센터를 중심으로 수원시민들의 손길이 답지했다. 자매도시인 포항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재민을 도운 2017년 11월, 산불이 할퀴고 간 강원도 고성에 도움을 준 2019년 4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34개 시·군을 도운 2021년 8월 등 재난·재해가 있는 곳에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자원봉사의 손길은 더욱 절실했다. 마스크 부족 사태에 도움을 준 천 마스크와 마스크 끈 만들기를 비롯해 방역 지원 등의 봉사가 진행됐다.
해외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도 성과다. 올해 초에는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총 20t에 달하는 의류와 난방텐트, 침낭 등의 생필품을 보내기도 했다.
■ 지역과 사람을 중심으로 진화를 모색하다
지난 2018년 오픈한 온라인플랫폼 '착한공터'는 센터의 혁신 노력이 구체화된 결과물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소통하고 서로의 활동을 연결하는 참여형으로 운영되는 확장형 온라인 공간이다. 자원봉사 일감을 발굴하고 연계하는 기본 기능은 물론 재능공터, 시민공터, 캠페인, 배움공터, 드림공터, 마일리지공터 등의 구성이 더해졌다.
캠페인 활동도 활발하다. 수원시민과 자원봉사단체, 기업, 동아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는 캠페인을 발굴해 등록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원봉사에 집중하며 환경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올해는 센터의 효율화와 조직문화 향상, 지역사회 공헌 등의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플랫폼 기능 개선과 구성원의 자율적인 참여 문화 확산을 이뤄냈고,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확대해 사랑의 밥차 운영지역을 지역 내 대학교로 확대해 호응을 얻었다.
자원봉사자 예우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 추진했다. 자원봉사 활동 중 위험으로부터 자원봉사자를 보호하는 자원봉사 종합보험 혜택과 일정 봉사시간 실적을 달성하면 수원시와 협약을 맺은 검진기관에서 할인된 금액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시민 참여로 빛낼 새로운 20년을 꿈꾸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새로운 20년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이 만드는 자원봉사 행복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플랫폼 구축 2030'을 비전으로 달려가는 전략을 수립했다.
사람과 현장을 중심으로, 공감과 협력을 이끌고,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자원봉사를 펼치기 위한 5가지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시민 공모로 '봉사하는 당신! 빛나는 당신!'이라는 슬로건도 선정했다.
지난 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겸한 수원시자원봉사자의 날을 개최해 비전과 계획을 알렸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