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욱 상임지휘자를 선임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024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김선욱 지휘자는 취임 기념 신년음악회와 함께 모두 5번의 마스터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인데, 고전과 현대음악, 익숙한 레퍼토리와 도전적인 작품 등 경기필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내년도 프로그램들은 서양음악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작곡가들을 다채롭게 조명하며 김선욱만의 색깔과 경기필에 대한 의지를 담아낸 점이 눈에 띈다.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브람스와 리스트, 리스트와 연결된 바그너, 바그너와 연결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슈트라우스와 연결된 말러 그리고 버르토크까지 음악적·인간적으로 엮여있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공연 전체가 유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 지휘자 김선욱의 첫 번째 선택…'베토벤 교향곡 3번'
김선욱 지휘자가 정식으로 경기필과 갖게 될 첫 정기연주회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다. '영웅'은 베토벤의 가장 잘 알려진 교향곡 중 하나로, 장애를 딛고 창작 혼을 불태운 베토벤의 비장하고도 거침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베토벤의 음악은 지휘자와 연주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데 근본이자 기초가 된다는 판단에서 첫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으로 선택됐다는 것이 경기필의 설명이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서곡으로 문을 여는 공연에서는 2013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 빈필 악장 '라이너 호넥'과 함께하는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다섯 번의 마스터즈 시리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공연은 '마스터즈 시리즈Ⅳ'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로, 이는 김선욱 지휘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영웅' 이후 독일의 작곡가들은 이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형상화했는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작곡했다. 전성기를 누리던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화상과도 같은 곡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공연에서는 빈필하모닉 악장으로 활동 중인 라이너 호넥이 함께한다. 라이너 호넥은 1부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은 물론 2부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에서 객원 악장 역할까지 맡아 기대를 모은다.

■ '바딤 콜로덴코'부터 '마크 부쉬코프'까지…국내 첫 협연에 나서는 연주자들
2024년 시즌에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협연자들이 경기도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첫 스타트를 끊는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를 비롯해, 30여 년 간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 중인 클라리네티스트 파스칼 모라게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마크 부쉬코프가 협연자로 나선다. 바딤 콜로덴코와 파스칼 모라게스는 국내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협연하게 되며, 마크 부쉬코프는 첫 내한공연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들은 김선욱 지휘자가 함께 연주를 했거나, 객석에서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던 음악가들로, 경기필을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보겠다는 김선욱 지휘자의 의중이 담겨있다. 마크 부쉬코프는 '마스터즈 시리즈Ⅱ'에서 세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파스칼 모라게스는 '마스터즈 시리즈Ⅴ'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에 앞서 내년 1월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취임기념 신년음악회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해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신년음악회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을 펼친다. 또 연말이 아닌 6월에 듣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도 색다르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