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라 저나라 짧은 일정안에 둘러보는 경험 매력
국내상품 일본·대만·동남아 등 경유 코스 '일반적'
中 6년5개월만에 한국 단체여행 전면허용 '기대감'
부산 내년 'EDM축제'… 경기 종합계획 수립 나서
관광객 증가세속 업계 "항만 중심 상품 개발 필요"
크루즈 여행이 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여행을 소재로 다룬 TV프로그램이나 여행관련 크리에이터 등의 소개를 통해 크루즈 여행을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늘어났고,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여행수요가 만났다. 무엇보다 남들과 다른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크루즈 여행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년층을 위한 상품으로 여겨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크루즈 여행의 장점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세대를 아우를 뿐 아니라, 이색적인 여행이나 여행 중에 낯선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일반적인 여행과는 구별되는 크루즈여행
항공을 통한 여행을 일반여행이라고 한다면 크루즈 여행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반여행이 목적지를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크루즈 여행은 반드시 기항지를 중심으로 계획을 짜서 하는 여행은 아니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다르다는 의미다.
항공 등을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해서 해당 국가, 해당 지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나 문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면 여행이 계획대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대부분 인터넷 등 사용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미리 계획을 짜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반면, 크루즈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빠르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항지를 중심으로 관광이 이뤄지긴 하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고 다른 기항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일정 안에 여러 지역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크루즈선 자체에서 제공하는 공연이나 음식, 부대시설이 있어 취향에 맞지 않아 여행이 실패할 위험이 적고, 선내에서 많은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러 여행객들과 사귀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일반 여행과 다른 매력이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여행상품은 주로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을 경유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6일간 부산~기륭(대만)~오키나와(일본)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코스와 하코다테, 아오모리 등 일본 내 몇 개의 기항지를 도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크루즈여행과 일반적인 여행은 전혀 다른 영역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크루즈여행은 성향이나 취향을 타지 않고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수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여행과 크루즈여행의 특징이 달라 자신의 여행 성향에 따라 일정을 계획한다면 잊지 못할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크루즈 여행의 주소는
국내 크루즈여행 시장은 상조회사나 보험회사에서 첫발을 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여행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국내의 상조회사들이 장기가입자를 대상으로 크루즈여행 상품을 제공하면서 물꼬를 떴고, 크루즈 여행의 편리성에 만족한 여행객들이 다시 수요를 몰고 오면서 국내 여행업계가 앞다퉈 상품개발과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크루즈여행시장은 이제 첫걸음을 뗀 수준이지만, 지난 2010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크루즈항 건립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탄력이 붙고 있다. 국토부는 부산·여수·제주 등에 8만t급 크루즈선이 들어설 수 있는 대규모 부두를, 인천과 목포에는 5만t급, 평택·당진항에는 2.6만t급 크루즈선이 머물 수 있는 규모의 부두를 조성했다.
대표적으로 제주도는 지난 2013년 10월 제1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 크루즈산업 관계기관과 업체 관계자를 불러 모아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6년5개월만에 중국이 한국 단체여행을 전면허용하면서 가장 큰 특수를 누리게 된 것도 제주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많은 국제 크루즈 선이 기항지로 삼고 있는 부산시는 기존의 크루즈여행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특징 있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유치해 또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4월 크루즈EDM페스티벌 '잇츠더쉽'은 벌써부터 EDM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천시도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전후해 크루즈 여행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강원도나 충청권에서도 크루즈 여행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경기도 역시 관련 조례 제정으로 크루즈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에 나섰다.
■ 시장전망은
크루즈 여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해양수산부의 '2020년 크루즈산업 육성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4만4천명이 크루즈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2017년에는 15만7천명, 2018년에는 20만2천명이 항구를 통해 한국땅을 밟았다. 2019년에는 26만7천명이 크루즈 기항 관광객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32% 증가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같은 기간 국내 출발 크루즈 관광객도 1만1천명(2016년)에서 3만6천명(2019년)으로 3배 이상 성장을 보여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도 이 같은 성장세를 주목하고 크루즈 선사·조선소 간 마케팅을 추진하고 크루즈 승무원을 양성해 해외 선사에 취업을 지원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업계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코로나19 기간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해 특정 목적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의 호황세가 유지되겠지만, 여행업계는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며 "크루즈 여행 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방식으로 트렌드가 옮겨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업계의 이 같은 전망은 유럽 등의 여행수요가 아직 업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6개월에서 1년 전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유럽 관광객들의 특성, 또 이들이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두루 방문하고 싶어한다는 특성과 연관 지은 전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크루즈는 기항지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크루즈 항만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