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펀랜드 오게 된 승객과 주민 이야기
12인, 다역 연기 선보이며 퇴장 없다시피
인류애·공동체 연대 그리며 따뜻함 선사
내년 2월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무대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9·11테러 당시 미국으로 향하던 수많은 비행기들이 캐나다로 불시착하면서, 뉴펀랜드의 작은 마을 갠더에 오게 된 승객들과 그곳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이 작품은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려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상·음악상·대본상·연출상 등을 수상했고,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그런 극이 한국에서 논레플리카 라이선스로 첫 선을 보인다는 소식에 과연 결과물이 어떠할 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컴프롬어웨이’를 처음 만난 느낌은 ‘12명의 배우가 하나로 보인다’였다.
극에는 보는 이가 헷갈릴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극적 참사가 일어난 날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공간에 떨어진 이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해야 하는 주민들이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무대 위 12명의 배우들은 각자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이들은 단순히 옷을 갈아입거나 목소리를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진 세밀한 표현들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냈다.
배우들의 면면이 모두 훌륭하지만, 공연 내내 거의 없다시피 한 퇴장, 무대 위에서 쉬지 않고 이어 달리는 듯한 유기적인 연기는 마치 잘 맞춰진 퍼즐 같았다. 정해진 약속 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장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만큼 촘촘하게 연결된 무대에서 배우 모두가 주연이자 앙상블이기도 한 이 극은 ‘12’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1’과 같은 무대를 보여줬다.
작품 속 인물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녹아 있다. 인종도, 언어도, 성격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갑작스레 모이게 된 이 작은 마을에는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까워 하지 않는 주민들이 있었고,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감동을 주는 인류애, 공동체의 연대가 가지는 가치와 힘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성격의 주제의식이다. 이는 누가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 극의 매력은 공연 전반에 흘러나오는 아이리쉬 풍의 켈틱 음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색다른 흥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에는 만돌린과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이 사용됐다. 창작진은 캐나다의 마을에서 켈틱 음악이 연주되는 배경에 대해, 영국의 식민지였던 역사의 과정 속에서 다름을 수용하고 배척하지 않았던 작품의 메시지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갠더의 어딘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울창한 숲 배경과 적절하고 영리하게 사용된 모니터 속 영상들,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풍경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개연성을 한층 더 높여줬다. 배우들이 한 몸처럼 생각했다는 의자의 활용도 이 극을 즐기는 한 요소이다.
불시착한 이들이 결국 그곳 주민들의 따듯한 정을 느끼며 또 한 명의 ‘뉴펀랜더’가 되었음은 이후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공허함과 아쉬움들로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제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을 가득 채워주던 무언가가 사라져 버렸음이 느껴지는 순간 이 극의 메시지는 더욱 극명하게 다가온다.
작품의 분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한층 더 활기차고 밝다.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그들을 불확실한 두려움으로 이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과 용기를 얻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어 즐기는 모습은 이 극의 마침표가 저마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잘 찍혀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내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