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여러번 쓸 '용기' 없는 세상
자취 감췄던 플라스틱 빨대 재등장
매장 안에서 테이크아웃용 컵 사용
소비자와 마찰 줄어 자영업자 반색
정책 후퇴 - 불편 감소, 반응 엇갈려
지난 14일 광명시의 한 쇼핑몰 커피 전문점. 테이크아웃 주문 소비자뿐 아니라 매장에 머무르는 소비자의 음료에도 플라스틱 빨대가 제공됐다. 맞은 편 음식점에선 여전히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재고만 다 쓰면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종이 빨대 재고가 6~7박스 정도 남았다"면서 "종이 빨대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1.5배가량 비싸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라도 종이 빨대 재고를 모두 털면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에 자취를 감췄던 플라스틱 빨대가 한달 새 다시 등장하고 있다.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 플라스틱 컵도 하나둘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종이 빨대 등을 고수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일부 가맹점들 사이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종이 빨대 업체들은 도산을 우려할 정도다. 지난달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한 후 한 달이 흐른 가운데 현장은 대혼란이다.
지난달 7일 환경부는 식당·카페 매장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 또한 사용 금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규제가 사실상 없어진 만큼 종이 빨대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자, 경기도내 카페들 사이에선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가능해지자 테이크아웃용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실내에서 다시 등장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다회용 컵,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아 지금도 사용 문제를 두고 종종 마찰을 빚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10년 넘게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A(49)씨는 "매장 컵에다 음료를 주면 잠시 후에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매장 컵은 세제로 닦고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을 또 써야 한다. 오히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불편한 구조"라며 "규제 완화는 환영할 일이다. 자영업자에게 불편함을 강제했으면 지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해외에선 일회용품을 마구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만 규제하면 뭐하나 싶었다"라고 했다.
소비자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환경을 위해 다회용컵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강제로나마 모두가 친환경 정책에 동참하는 기분이었는데 정부 정책이 후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모(38)씨는 "카페에서 '잠깐 있을 건데 일회용컵에 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면 그동안 매번 불편한 눈초리가 돌아왔다. 이제는 그런 불편함이 없을 것을 생각하니 좋다"고 했다.
엇갈리는 반응 속 현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규제 완화 후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여전히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가맹점주들은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데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플라스틱 빨대로 교환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종이 빨대가 자취를 감추자, 종이 빨대 생산 업체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계도 기간 종료 시점 등은 못 박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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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