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일회용품 규제 완화 한달… 각계 반응은
환경단체는 시행 촉구 한달째 목청
프랜차이즈들, 다회용컵 유도 입장
종이빨대 업체들 폐업위기에 '분노'
"대안없는 사용불허 불편" 반대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완화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규제 완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사용 편의성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7일 카페, 식당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시행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지난해 11월 24일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 혼란 등의 이유로 1년간의 계도 기간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당초 지난달 24일 이후부터 종합소매업, 식품접객업 등의 업소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시행을 보류한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의 경우 사용을 허용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봉투에 대한 단속은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 일지 참조
반응은 분분했다.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하며 한달 째 시행 촉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회용품 규제는 당초대로 11월에 시행됐어야 했다. 일회용품 사용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불가능해 환경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반드시 규제를 이끌고 갔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한 각종 민원을 쉽게 수용해버린 것"이라면서 "1년간 계도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이렇게 결정한 것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한 '준비 미흡'이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규제는 더 어려워졌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환경부에 전달하고 규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규제가 완화됐지만 지속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이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는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 없이 앞으로도 다회용컵 등의 사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반면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제조업에 뛰어든 업체 대표들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단속 무기한 연기 결정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하자 분노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최근 5개 종이 빨대 제조 업체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공동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인천시 소재 유온인터내셔널 이상훈 대표는 "현재 수요가 90%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해버리니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 정부 정책과 전 세계적인 흐름을 믿고 빚을 내 설비를 투자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폐업 위기를 맞았다"며 "현재 제조 업체의 재고 빨대가 2억개 정도다. 이를 팔기 위해 공동 판매 사이트를 개설했다. 알려지지 않다 보니 매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안 없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현장에서 불편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민 입장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하려면 반드시 대안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도 "미래 세대를 위한 노력에 자영업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자영업자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특별한 노력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금번 정책으로 '한숨 돌렸다'는 사장님들이 많은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형편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매장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독려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며 "규제 시행이 연기되면서 타격을 받게 될 '종이빨대 생존 대책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며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승택·김동한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