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사령부, 내달부터 시행키로
마을 뒤편 임도 대체 이용 권고
동두천 걸산 주민들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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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걸산동 주민들이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주출입로로 이용하고 있는 캠프 케이시 후문 입구. 2023.12.19 동두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70년 간 마을 진입로를 막아 어쩔 수 없이 부대를 통해 출입했던 건데, 일방적으로 제한한다니 말이 됩니까."

주한미군 용산 케이시 기지사령부가 내년부터 동두천시 걸산동 주민들이 주출입로로 이용하고 있는 캠프 케이시 부대를 통한 외부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나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동두천시에 따르면 기지사령부는 현재 24시간 출입 가능에서 오는 2024년 1월4일부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주 7일 시행하고, 3월4일부터는 일일 12시간 동안만 캠프 케이시 부대 통과 걸산동 마을 출입이 가능하다고 지난 14일 시에 통보했다.

다만 응급서비스는 용산 케이시 기지사령부 긴급 대책본부와 한국 경찰 및 소방서 간 합의된 절차를 통해 24시간 계속 지원될 예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주민 출입제한 방침 배경은 출입초소 운영 인력 축소를 통한 예산 절감 등이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기지사령부는 24시간 통행이 가능한 마을 뒤편 임도 구간을 대체수단으로 이용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기지사령부의 부대 초소 경유 마을 출입시간 단축 방침에 걸산동 마을 61가구 100여 명 거주민들은 "그동안 24시간 자유로운 출입을 갑자기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며 "마치 통행금지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기지사령부의 응급서비스는 주민들이 경미한 통증으로 119구급차를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걸산동은 미군 주둔으로 마을 진입로가 막히면서 지난 70년 동안 주한미군이 지역주민에게 통행증을 발급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기지사령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임도는 폭 3m, 길이 3㎞ 정도로 좁고 험준해 악천후 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캠프 케이시 반환 지연으로 주민피해만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 시와 기지사령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심우현 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장은 "비록 주한미군 주둔지이지만 반세기 넘게 살아온 내 나라 내 땅에서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받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며 기지사령부의 잘못된 판단을 꼬집었다.

시는 주민과 기지사령부 간 갈등이 표면화되자 주민 시위 등 강경 대응에 따른 반미감정 고조 및 시와 좋은 이웃으로 맺어온 관계에 대한 균열을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한미군 목적과 지역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동두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