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진 청년 등 참여 교류단 2박 3일 체험

마당극·기획전 통해 그가 걸어온 발자취 느껴

실학정신 바탕 창업·문화예술 강연, 포럼 진행

청년교류단 강진순례
‘기회의 경기실학’ 청년교류단이 강진에 위치한 사의재에서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 듣고 있는 모습 /경기문화재단 제공

눈이 내려 녹은 물이 사의재의 초가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추운 날씨에 몸이 절로 웅크려지는 겨울 이 맘때 쯤, 강진으로 유배 와 오갈 곳 없었던 다산 정약용이 자신을 돌아보며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따듯한 보살핌을 준 주막이 바로 사의재다. 그런 사의재의 의미를 사뭇 진지하게 새겨본 이들은 바로 다산의 발자취를 쫓아 강진으로 온 ‘기회의 경기 실학 청년교류단’이다.

다산 정약용은 1801년 강진으로 유배돼 18년간 힘든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이 때문에 강진에는 다산 정약용이 남겨놓은 역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경기도와 강진의 청년, 지역 창업가, 문화예술계 종사자 등이 참가한 청년교류단은 지난 17일부터 ‘新 경세유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라는 주제로 강진 곳곳을 누볐다.

청년교류단 강진 순례
‘기회의 경기실학’ 청년교류단이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이어진 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행사는 2박3일간 촘촘하게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다산 정약용의 삶이 녹아든 문화 체험활동이 다채롭게 이루어졌다. 청년교류단은 강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마당극 ‘다산의 꿈’을 보고, 실학박물관과 다산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를 관람했다. 유배 시절 가족을 향한 마음과 사랑을 전하는 다산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한 전시를 실학박물관에 이어 다산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저술을 통해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초당을 지나 그곳에서 이어진 산길을 따라 천년고찰 백련사에 도착했다.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뒤로 고즈넉하게 자리한 천년사찰에서는 다산과 혜장선사와의 우정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특히 백련사 만경루에서 진행한 다도 체험에서는 백련사가 있는 만덕산에서 제배된 차를 직접 우려먹는 경험을 하며 다산의 마음을 공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풍경을 시로 읊은 백운동정원의 절경도 감상했다.

청년교류단 강진 순례
강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조만간 프로젝트의 마당극 ‘다산의 꿈’ 공연 장면 /경기문화재단 제공

다양한 강연과 포럼도 진행됐다. 첫날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이 만들어 가고 있는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 프로젝트’와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프로젝트’의 사례 발표에 이어 전 아주대 교수이자 스타 PD로 잘 알려진 주철환 교수의 ‘K-컬쳐와 실학’이란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다. 주 교수는 실학 정신이 현대의 문화예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설명하며,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소통’과 ‘융화’를 강조했다.

둘째 날에 진행된 21세기 실학포럼 ‘실학정신과 지역 창업(스타트업)’에서는 청년들의 다양한 창업 이야기에 실학을 녹여낸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강진의 청년 창업자 대표로 나선 카페 낭만지구 백선영 대표는 ‘지역-공동체를 잇는 창업’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경제·정치·문화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창업가”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던졌다. 농부·예술가·요리사 등 여러 참여자가 공동창작을 통해 ‘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축제형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레잇테이블’의 오승희 대표, 13평의 샐러드 매장에서 샐러드 RTE(Ready to Eat) 1위 기업을 이룬 ‘스윗밸런스’ 장지만 공동대표, 메타버스 산업과 지역청년의 창업을 엮어낸 ‘더 픽트’ 전창대 대표, 지역사회 도시재생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희망둥지협동조합 문상철 이사장 등이 오늘날 창업정신과 실학정신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줬다.

청년교류단 강진 순례
‘더 픽트’ 전창대 대표가 ‘메타버스산업의 이해와 지역청년 창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이 실학을 기반으로 한 지역문화·관광 진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의 대표는 “이번 행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