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초 타이틀' 무기로… 유통상륙작전 펼친다 


# 롯데백화점 인천점 '푸드에비뉴' 개장
고든램지 버거 등 22개 브랜드 신규 입점
화식미경산한우·유럽산 와인 600종 배치

# 홈플러스 연수점 '메가푸드마켓 2.0'
일본판 이케아 '니토리' 지역내 첫 오픈
베터 초이스·라면 박물관 등 특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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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대형 유통업계가 인천 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의 '인천상륙작전'은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데만 있지 않다. 그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 위주로 구성돼 있던 인천의 소비시장을 대형 복합쇼핑몰 중심으로 전환해 앞으로의 시장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구월동과 부평역, 동인천역 등 구도심에서 송도와 청라, 검단 등 신도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인천 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초전'이다.

지난 7일 인천에서는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가 각각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인천 상권 공략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인천점 지하 1층에 1만1천500㎡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 '푸드에비뉴'를 개장했다. 홈플러스도 연수점을 리뉴얼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의 문을 열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푸드에비뉴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를 비롯해 인천에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 22개를 입점시켜 인천의 핵심 상권인 구월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연수점 역시 일본판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 매장을 인천 최초로 입점시켜 연수구는 물론 인천 전 지역의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두 매장의 공통점은 고객이 물건을 사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e커머스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에서 뒤처진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시간 대비 쇼핑 만족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고객 편의를 높인 '모음 진열'이 모객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푸드에비뉴는 국내에서 연간 450마리만 생산하는 함양 화식미경산한우와 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유럽산 와인 600종을 배치하는 등 희소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메가푸드마켓도 천연 간식·선식 등 건강한 먹거리들로 구성된 '베터 초이스'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라면을 한 곳에 모아둔 '라면 박물관' 등 특화 공간을 구성하는 등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푸드에비뉴 내 와인 라이브러리 '엘비노'
지난 7일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문을 연 프리미엄 식품관 '푸드에비뉴'. 롯데백화점은 인천에 푸드에비뉴 1호점을 개점해 구월동 상권 공략에 나섰다. 2023.12.7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과 대형마트라는 차이가 있지만, 롯데와 홈플러스가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대형마트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2.6% 매출이 하락했다.

업종별 매출 구성비도 지난해 10월 대형마트가 12.0%, 백화점이 19.2%를 차지했지만 올해 10월에는 대형마트 10.9%, 백화점이 17.5%로 모두 감소했다. 같은 기간 e커머스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49.1%에서 51.9%로 늘었다.

소비자의 구매 방식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유통기업들도 차별화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커머스가 제공할 수 없는 체험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롯데와 홈플러스가 인천에 '최초'를 내세운 것도 서울과 경기보다 차별화한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다는 이유다.

홈플러스 연수점 메가푸드마켓
홈플러스가 인천 연수점을 리뉴얼한 '메가푸드마켓 2.0'을 지난 7일 열었다. 메가푸드마켓은 고객의 소비 데이터 분석과 '모음 진열'을 통해 구매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2023.12.7 /홈플러스 제공

두 기업이 서둘러 인천에 새로운 매장을 선보인 것은 SSG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12년 롯데에 구월동 상권을 내준 이후 지역 내 영향력이 줄었던 신세계가 대형마트는 트레이더스, 쇼핑몰은 스타필드를 내세워 인천 탈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SSG는 지난 9월 이마트 산하 프리미엄 식품관 브랜드 'SSG푸드마켓'의 사업권을 신세계백화점으로 넘겼는데, 롯데와 홈플러스처럼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인천에는 신세계백화점 지점이 없어 SSG푸드마켓의 인천 도입도 예정이 없지만, 2027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타필드 청라에 SSG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거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업계가 인천을 주목하는 이유는 핵심 상권이 신도심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동인천역(인천백화점)을 시작으로 구월동과 부평역(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이 인천의 중심가였지만, 2010년대 들어 송도와 청라, 검단신도시 개발로 인천 내 인구 이동이 가속화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가 2012년 지금의 인천점을 개점한 뒤 부평역점을 철수하고 송도 롯데몰 개발 사업에 나섰고, 현대 역시 부평에 있던 백화점을 폐점하고 송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이동한 것도 소비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구월 상권을 롯데에 넘겨주고 송도 상권도 경쟁자들에게 내준 신세계가 청라 진출을 추진한 것도 검단신도시를 비롯한 인천 서북부 신도심 시장 확보와 김포·서울지역 고객의 유입까지 염두에 둔 판단이다.

2021년 지역 프로야구팀까지 인수하며 인천 공략에 사활을 건 신세계의 움직임에 롯데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구월동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 청라의 개점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27년 이후로 시간이 남아있지만, 롯데백화점 차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푸드에비뉴'의 1호점을 인천에 도입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결정이다.

송도 롯데몰과 구월 롯데타운 등 복합 쇼핑몰 사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라는 악재까지 맞으면서 완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단기 전략의 하나로 푸드에비뉴 도입 등에 나섰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지난 10년간 인천 시장은 구월동 상권을 차지한 롯데의 우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 활성화와 신도심으로 소비 시장이 재편되면서 유통업계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동인천과 부평, 구월동으로 이어진 인천의 핵심 상권은 어디가 될지, 어떤 기업이 패권을 차지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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