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 312회 달려간 아롱이… '구조견 은퇴' 견생 2막 열다 


지금껏 3마리 훈련 15년 경력 장 소방장, 가장 각별… 헤어짐 아쉬워
포천 야산 실종 노인수색·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당시 활약 가장 기억
반려견 변신 앞둬… 무상 분양 접수·자택 방문 현지조사 심사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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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 소속 인명구조견 아롱이가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서 6년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아롱이는 2014년 태어나 인명구조견 훈련을 거쳤고 2017년 12월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 배치됐다.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으며 힘이 강함'.

119구조견 아롱이 집 앞에는 아롱이 성격을 설명하는 위의 글이 붙어 있다. 이빨을 드러내는 강인함보다는 황금빛 털에 순박한 눈망울로 묵직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바로 아롱이다. 아롱이는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서 6년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아롱이는 2014년 태어나 인명구조견 훈련을 거쳤고 2017년 12월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 배치됐다.

그저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보여도 훈련할 때는 영락없는 구조견이다. 남양주소방서 오남119안전센터의 구조견센터에서 훈련하는 동안 아롱이의 시선은 오직 핸들러 손끝에 있었다. 자신이 배운 대로 훈련에 집중하는 것이다. 훈련하는 동안엔 "아롱아"하는 외침도 아롱이의 시선을 빼앗는 데엔 소용 없었다.

아롱이는 6년 동안 312회의 구조활동에 참여해 9명을 구조해냈으며, 2020년과 2022년엔 전국 119인명구조견 경진대회 단체전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10살이 되는 아롱이는 인간 나이로는 60세 정도이기 때문에 얼마 전 은퇴 소식을 밝혔다.

은퇴하는 아롱이의 마음은 어떨까. "119구조견으로서 여러 현장을 경험해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무엇보다 소방서에서 이쁨 받는 것이 좋았는데 핸들러분들과 헤어진다면 아쉬울 것 같다"는 말이 귓가에 들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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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애교가 많은 아롱이는 북부특수대응단의 '힐링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방관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남양주의 119구조견센터에서 근무하는 세명의 핸들러들은 휴일에도 아롱이에게 수제 간식을 전달해주러 올 정도다.

그 중 아롱이와 가장 각별한 사이는 장택용 소방장일 것이다. 그는 15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핸들러로, 지금까지 아롱이를 포함해 3마리의 구조견 훈련을 담당했다.

장택용 핸들러는 "아롱이는 이전의 두마리의 구조견들과 달랐다"며 아롱이의 은퇴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롱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애교가 많아 '구조견 할 수 있나'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서 훈련에 방해될까봐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고 잘 만져주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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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19년 아롱이의 부상을 계기로 장 핸들러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훈련 중 유리조각을 밟아 아롱이가 다리를 심하게 다쳤었다. 처음엔 다리를 절단해야 될 수도 있고 구조견 활동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들었었다"고 심각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친 아롱이가 병원에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그 때 이후로 아롱이에게 정을 주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의 치료를 마치고 구조견으로 복귀한 아롱이를 친근하게 대하니까 아롱이도 훈련에 더 열심히 임하는 것을 보고 이게 아롱이에게 맞는 훈련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아롱이의 성격을 설명하자면 외향적이고 활달하며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ENFP에 해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ENFP 구조견 아롱이의 장점은 지치지 않는 강한 체력이다. 장 핸들러는 "산악 실종 수색 현장을 가면 6시간이건 7시간이건 지쳐서 임무 수행을 못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아롱이의 체력을 증언했다. 그는 "다른 구조견의 경우 2~3시간 정도 수색하면 지쳐서 텐션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아롱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롱이의 인상 깊었던 구조 활동으론 포천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노인을 구조한 사건과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를 꼽았다.

지난 2019년 겨울, 염소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 실종된 70대 노인을 아롱이를 비롯한 구조견들이 사흘 만에 포천 야산에서 구조했다. 당시 노인은 낙엽더미에 파묻힌 상태로 발견됐는데, 사흘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타박상과 탈수 증세 외에 큰 이상이 없는 채로 발견돼 당시 구조견들의 활약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또 지난해 2월 양주에서 발생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에서 아롱이의 활약도 널리 알려진 바다. 당시 붕괴 사고에 굴착기 기사 등 3명이 매몰된 현장에서 아롱이는 투입 1시간 만에 매몰된 굴착기를 찾아냈고 매몰된 장비와 함께 실종자 2명을 흙 속에서 발견해냈다.

이처럼 구조견들은 수색면적이 넓어 실종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 주로 투입된다. 가장 수색하기 어려운 환경에 투입돼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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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롱이가 인명구조견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반려견이 되는 '견생 2막'을 앞두고 있다.

아롱이는 분양을 희망하는 국민에게 무상으로 분양될 예정이며 현재 분양 접수를 마치고 심사 절차를 밟는 중이다. 아롱이와 함께 분양희망자의 자택에 직접 방문해 현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롱이의 은퇴를 두고 장 핸들러는 "가장 걱정되는 건 아롱이의 건강"이라고 말했다. 평소 워낙에 겁이 없는 성격이라 출동 현장에서도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 몸이 성한 데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롱이는 현장에서 귀를 잘리기도 했고, 다리도 상처투성이인 상태다.

아롱이에겐 남은 견생 동안 아롱이의 건강을 잘 보살펴 줄 보호자가 가장 필요하다.

아롱이와 꼬박 6년을 같이 보낸 장택용 핸들러는 은퇴한 아롱이를 보내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조건만 된다면 우리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데, 아파트에 거주해서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헤어짐을 앞둔 아롱이가 말하는 은퇴의 변이 들리는 듯하다. 아롱이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출동했던 현장이 그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보호자와 반려견으로서의 삶도 잘 적응해볼게요." 아롱이를 보며 장택용 핸들러가 이렇게 말했다. "워낙 성격이 좋은 아이라 어느 곳으로 가든 3일이면 적응할 거예요."

철조망이 아니라 침대에서, 거친 들판이 아니라 집 뒷마당에서, 아프고 피 흘리는 사람 곁이 아니라 따뜻한 보호자의 손길 옆에서 아롱이가 아름다운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

글/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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