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매진행렬 입소문
히치콕 연상 클래식한 법정 심리극
새하얀 눈이 뒤덮인 고즈넉한 산장. 붉은 피가 소복이 쌓인 눈더미를 물들이며 적막을 깬다. 3층 높이에서 추락한 한 중년 남성의 죽음은 어느 가정에 얽힌 과거를 낱낱이 파고든다. 이 남성을 죽였다고 의심받는 아내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결백을 주장한다.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추락의 해부’가 오는 31일 개봉을 확정하면서 국내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개봉하자마자 평단의 호평을 받은 데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전회차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입소문을 탔다.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2023년 베스트 영화 10편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남편의 사망 사건에 연루된 아내 산드라의 이야기를 토대로 죽음에 가려졌던 진실에 다가간다. 주인공 산드라와 그의 남편 사뮤엘은 시각 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과 함께 외딴곳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사뮤엘은 눈더미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용의자로 의심받아 기소까지 된 산드라는 부부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마주한다. 산드라의 무고를 입증할 유일한 증인, 아들 다니엘은 어떤 증언을 할까.
‘추락의 해부’를 향한 호평의 8할은 산드라 휠러의 돋보이는 연기력이 차지한다. 그는 수수께끼 같은 한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앞서 그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토니 에드만(2016)’이라는 영화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아버지와 딸 사이의 애증을 그려낸 이 영화에서 그는 아버지 때문에 예상치 못 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커리어 우먼 딸 역할을 톡톡히 소화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뒤 5개월가량이 지나면서 국내에서는 어느 수입사에서 배급을 맡느냐도 주요 관심사였다. ‘추락의 해부’ 국내 배급사인 그린나래미디어는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 중 유독 흥미로웠던 영화라 곧바로 수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추락의 해부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사건을 따라가게 하는 연출력과 배우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에 국내 관객들에게 꼭 선보이고 싶었다”며 “촘촘하게 쌓아올린 서스펜스와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전말을 따라가는 추리 장르인 한편, 히치콕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법정 심리극”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