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위' 공원페스타 추진단장 배정한 서울대 교수
소래습지, 갯골서 염전 개발·포구 생겨… 대표적 '혼종의 경관' 인식
송도·시흥 연결 660만㎡ 녹색공간 구상·국가도시공원 지정 여건 충분
에세이 모아 '공원의 위로' 출간… 도시 위기때 '공원은 구원투수' 강조

"공원은 '혼종'(混種)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할 수 있는데, '도시의 멀티플레이어'이자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입니다."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위원회' 공원페스타 추진단장인 배정한 서울대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소래습지를 '혼종의 경관'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와 사물이 공존하는 환경. 이런 소래습지의 면모가 '미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위원회 민간위원 2명을 위촉했는데, 배 교수는 공원페스타 분야를 총괄하게 된다.
배 교수는 공원을 "도시의 반대급부"로 바라본다. "자연적 요소와 인간, '비인간 생명체' 그리고 사물이 결합돼 만들어진 것"이 공원이다. 소래습지 일대는 애초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골이었다. 일제강점기 염전으로 개발됐다. 수인선 협궤철도를 중심으로 포구가 들어섰다. 일부는 매립됐다. 배 교수는 "소래습지를 이 시대 대표적 '혼종의 경관'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일대 소래습지는 만수천·장수천이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이자 다양한 염생식물이 보존된 생태계 보고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해 각종 철새들의 기착지다. 전체 면적은 350만㎡에 달한다. 이 중 66만㎡가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시민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인천시는 소래습지 일대를 '국내 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소래습지와 인근 근린공원, 송도갯벌을 잇고 경기 시흥시의 시흥갯골생태공원까지 연결해 660만㎡ 크기의 거대한 녹색 공간을 만드는 구상이다.

배 교수는 소래습지 일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될 여건이 충분한 곳"으로 평가한다. 소래습지를 시흥갯골과 '연결'해 그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래습지는 단순히 아름답고 자연이 풍부하다는 것을 넘어 근대 이후 우리가 만들어온 여러 영향과 문화가 뒤섞인 대표 케이스"라며 "소래습지와 함께 있는 인근 어시장과 그곳에 터가 남은 옛 수인선 협궤철도 등 시민들의 추억이 살아있다"고 했다.
이어 "시흥갯골과 소래습지는 원래 뿌리가 같다. 서해안에서 들어와서 내만(內灣) 갯골 2개로 갈라져 한쪽은 소래습지로, 다른 쪽은 시흥갯골로 간다"며 "현재는 시흥 쪽이 조금 더 이용하기 편하게 공원화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래습지와 연결해 통일성과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소래습지 일대의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숨통이면서 이곳을 찾는 누구나 '회복탄력성'을 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기후위기 극복을 고민하는 이들의 '접촉' '교류'가 확대되는 장으로서 역할을 국가도시공원이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공원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시민 참여'라고 배 교수는 설명한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대표 사례다. 이곳은 버려진 상업용 고가철도로 철거가 논의됐지만,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시민단체 참여로 리모델링돼 현재 연간 8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배 교수는 "국가도시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 하이라인 파크처럼 시민이 주도하는 형태의 국가도시공원을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며 "앞으로 국가도시공원 추진단 공원페스타 분야에서 추진할 프로젝트도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했다.
또 "자연은 의도하지 않아도 망가지기 마련인데 소래습지 같은 대규모 공원은 스스로 회복하는 탄력성을 갖출 수 있다"며 "사람으로 비유하면 소래습지의 근육을 더 키워줘야 한다. 옛날에는 못 쓰는 땅으로 인식되던 습지가 이제는 특별한 역할을 소화하는 공원이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세종시 중앙녹지공간, 광교 호수공원, 용산공원 등 굵직한 국내 주요 공원 프로젝트의 기획·구상에 참여해왔다. 지난 5년간은 국내외 수백 곳 이상의 공원을 다니며 느낀 점을 신문에 연재했다. 58편의 에세이를 모아 지난해 11월 저서 '공원의 위로'를 펴내 공원과 공간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저서에서 공원을 '도시의 여백' '사회적 접착제' '혼종의 경관' '도시의 켤레' '도시의 괄호' '도시의 문화발전소' 등 다양한 의미로 표현한다. 그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위로의 장소'로서의 공원이다.
배 교수는 "입는 것과 먹는 것은 평등해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는 것에서는 여전히 계층별 차이가 존재한다"며 "자본주의 도시에서 누구나 함께 쓸 수 있는 공원은 계층의 차이를 잠시나마 해결할 중요한 공간이다. 일상에서 벗어날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공원의 패러다임을 미국의 뉴욕 센트럴파크, 프랑스의 파리 라빌레트 공원, 캐나다의 토론토 다운스뷰파크 등 순서로 설명한다. 센트럴파크는 공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초기 모델로 도시와 직접 맞붙어 도시 문제를 풀어가는 첫 번째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파리 라빌레트 공원은 과거 가축 도살장과 정육점이 밀집된 자리였지만 현재 프랑스 수도권 최대 공원으로 탈바꿈한 대표적 '도시재생형 공원' 사례다. 토론토 다운스뷰파크는 캐나다의 대표 국가도시공원이다. 공군기지가 있던 자리가 공원으로 바뀌어 도시 변화의 매개체가 됐다.

배 교수는 "공원이 변해온 역사를 보면 도시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래서 공원은 도시의 짝이기도 하고 도시의 켤레이기도 하다. 도시가 때로는 쇠퇴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그걸 구하는 구원투수가 공원"이라고 말했다.
공원은 늘 도시 개발의 후순위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공원이 새로운 도시 모델 구축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배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과거에는 도시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안에 여러 문제를 해결·보완하는 방식으로 공원이 생겼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공원이 더 적극적으로 도시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소래습지 국가도시공원의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배정한 교수가 인천시의 공원페스타 단장 위촉 요청을 수락한 이유다.
글/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배정한 교수는?
▲1968년 출생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디자인대학원(Post-Doc),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Ph.D),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경학(MLA),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現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조경학전공 교수, 現 인천시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위원회 공원페스타 추진단장, 前 단국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조교수(2002년-2007년), 前 워싱턴대학교 조경학과 방문교수(2017년)
▲주요 참여 프로젝트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광교호수공원, 용산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