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을 시작했을 때

끝까지 스토리가 확실할 것
그 안에 기승전결까지도…

시작에 의미 부여하기보다
발전에 더 많은 의의 두겠다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김선욱 지휘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첫 음을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스토리가 확실해야 하고, 스토리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음악입니다. 그 부분은 타협해 본 적도 없고 고집도 확실해요. 그런 점을 경기필에서 새롭게 봐주셨고 기대감이 형성돼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 김선욱 지휘자가 선임되자 클래식계에서는 적잖은 이슈가 됐다. 피아니스트로서 많은 커리어를 쌓고 입지를 다졌지만, 오케스트라를 본격적으로 지휘하기 시작한 것은 그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의 악단으로 성장한 젊은 경기필과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가 된 젊은 김선욱의 조합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김선욱 지휘자를 선임한 이유에 대해 "1년간 예술감독 공백기가 있었는데, 지휘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에 그 오케스트라만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곡을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개성과 카리스마로 연주자와 관객을 소리로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휘자로서 김선욱 지휘자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선욱 지휘자는 악기로 연주활동을 했던 연주자가 지휘자로 바뀌었을 때의 '편견'에 대해 언급했다. "언제쯤 되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걸까요?"라고 반문한 그는 "지휘자는 제도적인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손을 흔드는 지휘 자체는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면서 "지휘가 정말 어려운 것은 악보에 적혀 있는 음 너머의 의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 지휘자들의 공연 리허설도 다 보고, 실제 단원들에게도 물어보는 경험 등을 10년 넘게 쌓아왔다. 그런 경험이 지휘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지금도 많이 발전하는 중이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3년간 프로 오케스트라와 많은 레퍼토리를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아노를 혼자서 외골수처럼 쳐왔는데, 그 껍질을 깰 수 있게 만들어 준 계기가 지휘"라며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같이 경험한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김선욱 지휘자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지난해 마스터피스 시리즈와 교향악 축제에서 경기필과 호흡을 맞춘 바 있었던 김선욱 지휘자는 "생각보다 소통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리허설을 끝낸 후 경기필을 '굉장히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했단다.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악단이었다는 것.

김선욱 지휘자는 "개인과 악단의 음악적인 성장 시기를 봤을 때 비슷하다. 같이 성장해나가는 것만큼 뿌듯하고 설레는 것이 또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라인업에 함께할 협연자들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얼마큼 유명세가 있는지는 제외하고, 이 사람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움직였는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라이너 호넥과 파스칼 모라게스는 저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욱 지휘자는 온라인 플랫폼 활용과 다양한 협연, 해외 공연 등을 통해 경기필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음악가로서 30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죠. 시작은 어느 누구에게나 다 존재합니다. 시작 없이는 발전할 수도 어떤 것을 이룰 수도 없죠. 시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이끌고 발전하는 것에 훨씬 더 의의를 많이 두기 때문에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