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본부 역사상 '첫 여성 당선' 새바람
87.68% 찬성 '40대·현장출신' 기대감
'넓게 퍼진 사업장·약한 구심점' 극복
미가입자까지 혜택 '노정교섭' 최선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이하 경기본부)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경기본부 역사에서 첫 여성 본부장이 된 김진희 본부장이 있다.
김 본부장을 포함해 임원 3명 모두 40대 현장출신으로, 지역에서 기대감이 한층 높다. 지난달 치러진 경기본부 2차 결선 투표에서 이들 후보조는 전체 투표자의 87.68% 찬성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경기본부를 책임질 예정이다.
최근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3명 모두 40대이자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이 임원진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풍찬노숙을 마다 않는 민주노총 특유의 '기풍'과 맞닿은 지점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예전만큼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에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저를 포함한 임원진이 모두 젊어서 민주노총의 기풍을 되살릴 체력과 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경기본부만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서울과 조합원 수가 비슷함에도 경기도가 남북도로 사업장이 넓게 분포돼 있는 특성 탓에 경기본부 노동자들이 한데 뭉치지 못하고 구심점이 약하다는 일각의 아픈 시선을 딛겠다는 각오다.
그는 "경기도는 소규모사업장이 많고, 파주와 판교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노동자도 많아 노동자들이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뭉치기 어려운 형태"라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노동인권센터, 권익센터 등과 연계해 지역본부의 정체성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노정교섭'은 김 본부장이 임기 동안 가장 이뤄내고 싶은 결과물 중 하나다. 경기본부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정교섭을 통해 공공기관에 속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그 혜택을 받도록 해 지역본부의 힘을 전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교섭에 힘쓰겠다'는 말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지만, 협상도 중요한 노동조합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본부에서 그 역할은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사업장 단위로 꾸려진 노동조합은 고용이 보장돼 있는 덕에 '다시 안 볼 것처럼' 싸워도 되지만, 지역본부는 정부기관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상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그동안 본부에서 '유연하다'는 표현을, 싸움을 피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해왔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이런 개념을 바꿔서 싸울 땐 싸우고, 협상할 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본부가 더 넓은 사업장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곳처럼 아직 민주노총의 힘이 닿지 않은 곳들이 많다. 앞으로 미조직 사업장에 노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