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음식… 작가가 전하는 '맛난 이야기들'


작은 아씨들·노인과바다 작품 속 음식
각국 문화·전통… 전문가 눈길로 탐구

저자 인생의 '팥' 추억 소환되는 식재료
집요한 편식과 기쁨 쌓여 '든든한 위안'

■ 맛있는 소설┃이용재 지음. 민음사 펴냄. 292쪽. 1만8천원


맛있는 소설
인물들의 심리와 작품의 문학적 배경을 드러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영원히 잊히지 않는 강력한 기억의 도구. 소설 속의 음식은 독자를 매료하고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열혈 문학 독자이자 음식 평론가인 저자의 신간 에세이 '맛있는 소설'이 출간됐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읽은 '작은 아씨들'부터 오늘날의 현대 문학과 서양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 속의 음식, 그것이 등장한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두루 살핀다.

저자가 고른 책은 다양하다. 책 속에서 빛났던 음식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이자크 디네센의 '바베트의 만찬', 미국 교포들이 일궈낸 미국식 한식 이야기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 채식에 대한 고민과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음식 이야기에 빼놓을 수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도 10가지 키워드로 담아낸다.

또 저자는 '노인과 바다', '모비딕' 등 많은 문학 속 식문화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깊이 파고드는데,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지표로서의 음식을 전문가의 지식과 통찰로 들여다본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문학 속의 음식 이야기이지만, 결국 그 바탕에는 즐거움과 기쁨, 위로가 깔려 있다. 독자는 개별 작품이 지닌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음식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임진아 지음. 세미콜론 펴냄. 204쪽. 1만2천원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전문가로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읽는 생활', '사물에게 배웁니다'의 책 등을 통해 빵, 커피, 종이와 같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써온 임진아 작가가 '팥'을 주제로 한 책을 펴냈다. 책은 취향 속의 취향을 뾰족하게 세분화하고 깊이 파고드는 저자의 집요한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식(偏食)'이 아닌 '편기(偏嗜)'에 가깝다고 고백한 저자의 책에는 '팥'이 단순한 식재료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팥이 아니었다면 쉽게 꺼내 놓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소환하며 삶을 관통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그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는다. 손가락을 녹이고 배를 불리던 붕어빵과 호빵을 먹는 행복에 기댄 겨울, 함께 계절의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 틈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팥알처럼 곳곳에 박혀 있다.

하지만 팥이라고 해서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소화불량으로 팥죽과 팥칼국수는 삼키기 어렵고, 팥빙수는 누군가가 먹는 모습만 봐도 즐겁지만, 푹 삶아 으깬 좋아하는 '팥소'의 형태는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한 사람의 고유한 취향이지만, 이러한 소소한 기쁨으로 쌓아온 취향의 장면들은 저자 자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들에게도 '나 심은 데 나 자란다'는 든든한 위안을 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