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피해 진단센터에 접수된 의견들
"임대차 계약 허술" 이구동성 지적
"임대인 의무규정 근거 마련" 호소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목소리도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입니다."
'경기도 깡통전세 및 전세피해 진단센터(이하 진단센터)'에 접수된 한 임차인의 설문 답변이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 기획보도를 계기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손잡고 진단센터를 한 달째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 용역 자료를 바탕으로 신청 주소지의 특정 기간 전세가율 90% 이상 거래내역과 50채 이상 다주택자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해 회신하고 있다.
14일 기준 경기도 내 전세계약 총 264건의 실거래 전세가율이 진단센터를 통해 제공됐다. 이 중에는 50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임대인인 경우도 4명이 확인됐고, 이들이 거느린 52개 건물 411채 정보도 일반에 공유됐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 다른 세대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비롯해, 당장 피해는 없어도 계약 만료를 앞두고 단순 우려되는 임차인들의 신청도 잇따랐다.
동시에 신청자 대상 설문조사도 실시됐다. 전세계약 과정에서 임차인으로서의 경험, 반복되는 전세사기 피해와 대책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중 보도에 동의를 얻은 심층 답변들을 바탕으로 진단센터에 접수된 임차인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종합했다.
구속력 없는 임대차 계약…중개사 책임 지적도
신청자들은 입을 모아 임대차 계약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정보 격차는 물론, 계약사항으로 약속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전세계약 만료를 2개월 앞둔 A(30)씨는 "보증금 반환을 특약사항으로 작성했는데도 임대인이 반환이 어렵다고 하니 별다른 대책 없이 못 받는 수밖에 없다"면서 "미반환 임대인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B(35)씨도 "계약이 만료돼도 세입자가 구해져야 돈을 준다고 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보증금 반환 관련 임대인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게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발생한 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C(30)씨는 "임차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증금 반환 여부 관련 내용은 모두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능력, 보증금 사용처, 건물의 선순위 채권이나 세금 채납여부 등은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반환 피해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D(34)씨는 "근린생활시설 원룸은 사실상 주택인데도 용도상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나 보호를 받기 힘들다"면서 "임차인이 법적으로 대응할 때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개사들의 책임이 가벼워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전세계약 만료 후 미반환 상태로 묵시적 갱신 상태인 E(39)씨는 "공인중개사는 건물에 체납된 세금 및 근저당 규모나 채권금액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 일부가 아닌 건물 전체에 대한 근저당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임차인이 중개 과정에서 보장받을 권리로 '정확한 매매가 정보', '전세권 등기', '위임장 대리계약 근절'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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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