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폐지에 사라지는 시설관리 전문가, 뼈아픈 현실"


정부서 종합·전문건설업 전환 회유
회원사 천여곳, 영세업체 부실 걱정
"점검·개량·보수 맡을곳 없애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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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용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전 회장은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자들이 불법 하도급을 양산하는 결과가 됐다"고 개탄했다. 2024.1.17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2023년 12월29일.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 소재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가 현판을 내렸다. 1995년 시설물유지관리업종 도입 이후 구운동에 자리했던 협회가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제4대 회장이자 시설물유지관리업종에 25년간 종사한 민진용 회장도 (주)주성 대표로 돌아왔다. 경기도회 소속 회원사가 1천100곳에 달했던 만큼 연말까지 도회 회장으로 협회를 이끌다 새해 들어 본래 자리로 복귀한 셈이다.

2020년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종합·전문건설업으로 업종 전환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타 지역에선 협회가 구심점을 잃었다는 평이 뒤따랐다. 그러나 민 회장이 중심을 잡고 있던 경기도회만큼은 업종 폐지 사흘 전까지 운영됐다.

결국 현판을 내릴 때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팠다던 민 회장은 "건설산업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폐지된 후 정부에서 전환 시 필요한 실적과 관련, 인센티브를 준다며 회유했다. 2021년에 전환하면 50%, 2022년에 전환하면 30%였다. 또 업종을 전환한 후에도 시설물 유지·관리 관련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회는 회원 절반가량이 전환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헌법재판소가 시설물업 폐지에 무게를 싣자 그때서야 전환했다"며 "저도 시설물유지관리업 존치를 위해 끝까지 놓지 않다가 마지막인 지난해 12월에야 종합건설업으로 전환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가 진짜 문제라는 게 그의 걱정이다. 그간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이 맡았던 각종 시설물의 일상적인 점검과 정비, 개량·보수·보강을 도맡을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정자교 붕괴 등 노후화된 시설물 관련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 속, 이런 유지관리 전문가들을 없애는 점이 뼈아프다고 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염려가 커지는 상황 속, 업종을 전환해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의 생존 역시 우려된다고 했다.

민 회장은 "경기도 시설물유지관리업체 대부분 종합건설업체로 전환했다. 종합공사는 규모가 크다보니 5억원가량만 손실이 생겨도 자본금 잠식과 부도로 이어진다. 기존 회원사들 중 영세 업체가 많아서 부실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이면 2026년엔 기존 업체 90%가 정리될 수도 있다"며 "염려가 크고 마음이 착잡하지만 동료 업체들과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