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자미술관, 소장품상설전 개최
전근대 수공업에서 예술분야로 정착
20세기 한·미·일 선구자들 작품 소개
유약·불·흙이 어우러져 저마다 차별성
'사실적 묘사' 21세기 다원화 보여줘

실용성 등을 생각했던 전근대적 도자수공업은 20세기 들어 하나의 예술분야로 정립됐다. 현대미술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표현 매체'가 된 현대도예는 과연 어떻게 시작되었고 오늘날에는 어떠한 표현 양상들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도자미술관의 소장품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새단장이 한창인 경기도자미술관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상설전은 '흙, 현대 도예의 서막', '흙, 물질과 조형언어', '흙, 현대 도예 모색과 탐구' 모두 3부로 이뤄져 현대도예가 흘러가는 하나의 여정을 선보인다.

1950년대 중후반 국가적으로 도자분야에서 현대화가 일어난다. 1960년대 전후로 대학에서 도예교육이 시작되면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작가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는데, 다음 세대로 이어질 한국 도자는 전통적인 모습에 제작 기술과 표면의 표현 변화 등을 주며 현대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첫 번째 섹션에는 현대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미·일 선구자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작가의 의식 반영과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이 새로운 형식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시대가 지나며 확연하게 달라지는 작품의 모습은 현대도예의 확장성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이 큰 변화를 가져왔듯, 미국과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현대도예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점토를 전통 공예의 범주가 아닌 예술 매체로 인식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형태.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는 도예작품은 혼란한 시대를 겪는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사고방식의 변혁이 있었음을 1부에서 보여준다.
2부에서는 '물질'과 '조형'이라는 현대도예의 특징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유약과 불, 흙 등이 한데 어우러져 나온 이 결과물은 도자 예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성을 띠고 있다.
흙의 원초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작품의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로손 오예칸의 '치유하는 존재'나 동그랗게 구운 도자기를 밖에서부터 하나씩 깨부수며 마치 속이 꽉 찬 양배추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낸 유엔소링의 '발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베개 안 움푹한 곳에 인간이 하룻밤 잠을 잘 때 발산하는 수분의 평균치 물이 고여있는 제프리 몽그레인의 '하룻밤의 숨' 등 작가와 작품 사이에 오롯이 담겨진 상상력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좀 더 자유로워진 현대도예를 만나게 된다. 앞서 만난 섹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21세기에 나타난 다원화되고 다양한 현대도예의 표현 양상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몹시 짜증난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베개의 솜을 뜯어놓은 한 여성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팁 톨랜드의 '짜증'은 도자로 만들어낸 극사실적 표현의 작품이다. 미국 사회의 현상, 문화, 사람과의 관계 등을 인체의 형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또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도기를 오브제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빌마 빌라베르트의 '곡예사', 사운드 퍼포먼스 작품인 랍 루이머의 '공간공포' 등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가 전시돼 있다.
국제공모전 수상 작품과 출품 작가들의 기증품, 그동안 수집한 한국 근현대 도예작품 등을 현대도예라는 이름으로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는 소장품 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는 경기도자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