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누구나·어디든·열흘내… 주문하면 찾아오는 슈퍼돌봄

 

청소·심리상담 등 서비스 다양
중위소득 75% ↓, 年 100만원
시민 제안… 취약층 식사배달
'새빛톡톡' 신청… 플래너 방문

6개월 시범 운영… 올 전면시행
월말까지 참여기관 추가 모집
이재준 시장 "기존 돌봄밖 대상
필요 시민은 누구나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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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수원에서 혼자 거주 중인 A씨는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몸과 마음의 활력을 모두 잃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마저 어려웠다. 저장강박증까지 보이게 돼 생활 주변은 흐트러져만 갔다. 이런 그의 사정을 지역주민이 들여다보게 됐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주민은 A씨의 사례를 마을의 돌봄플래너에게 제보했다. A씨의 집을 찾아 현장을 둘러본 돌봄플래너는 기본적인 가사서비스 이상의 전문 청소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수원새빛돌봄의 대청소 서비스를 연계했다. 청소 전문업체의 손길로 A씨 주변의 환경은 다시 정돈됐다. A씨는 사후 사례관리 대상자로도 지정돼 돌봄을 받게 됐고, 수원새빛돌봄 심리상담으로 마음도 치유하며 이제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례2
B씨는 반 려견과 함께 사는 1인 가구다. 최근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병원행을 미뤘다.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이 돌봐줄 이도 없이 집에 혼자 남을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건강은 나빠졌다. 이 사정을 이웃 주민이 알게 됐다. 이웃 주민은 행정복지센터 돌봄플래너를 찾았다. 돌봄플래너는 곧 그를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수원새빛돌봄 서비스 중 반려동물 일시보호 서비스를 제안했다. 반려견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B씨는 그제야 안심하고 입원을 결심했다. 반려견은 동물 보호 기관에서 안전하게 지내다가 치료를 마친 B씨 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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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열린 2023년 지역사회공헌 시상식에서 이재준 수원시장과 김기정 수원시의회 의장, 이재식 부의장 등 참석자들이 '수원새빛돌봄' 확대 운영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12.27 /수원시 제공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민선8기를 시작하며 따뜻한 돌봄특례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에 수원특례시는 통합돌봄모델을 만드는 과정에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들을 종합했다. 전문가 간담회, 돌봄욕구 조사, 돌봄서비스 제공 기관 간담회, 수원형 돌봄사업 포럼 등에서 나온 의견들이 반영돼 수원새빛돌봄이 탄생했다.

시범 운영된 6개월 동안 1천76명이 신청했고, 이 중 70%인 76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방문가사 이용이 제일 많았다. 약, 식사, 세면, 구강관리 등 기본적인 신체활동 지원에서부터 청소, 소독 등 생활 지원의 영역에서 3천700건의 서비스가 이뤄졌다.

수원새빛돌봄이 반응을 얻으며 시범 8개 동 외의 주민들도 서비스의 확대를 요구했다. 작년 10월 모바일 시정 참여플랫폼 '새빛톡톡'에 "시범 동이 아닌 동에서도 수원새빛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제안이 등록돼, 수원시는 새빛톡톡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총 6천670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91.3%(6천93명)가 '전체 동 확대'에 찬성했다. 수원시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예산 확대편성과 조례 제정을 추진했고, 수원시의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원새빛돌봄 사업이 올해부터 44개 전체 동으로 확대됐다.

수원새빛돌봄은 우선 기존 사회복지 서비스가 품지 못했던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돌본다. 신체활동지원과 가사지원, 병원과 마트 및 관공서 동행, 단기보호 등 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새빛돌봄이 동행한다.

대청소, 정리정돈, 소독과 방역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직면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서비스도 담았다. 심리지원 영역에도 돌봄이 닿는다. 성인 심리상담 서비스도 수원새빛돌봄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복지제도와 차별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노약자에 국한하지 않고 성인들도 심리검사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으며, 일시보호 서비스 역시 반려동물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등 시대에 따른 다양한 돌봄 요구에도 반응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민이 제안할 수도 있다. 다양한 제안을 수렴해 기존의 틀 안에서 시도할 수 없던 촘촘한 틈새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

'식사배달 서비스'는 첫 번째 시민제안 돌봄서비스다. 수술 후 일을 쉬며 홀로 요양 중이던 시민이 식사배달 서비스를 제안했고, 시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6%가 서비스 신설에 찬성했다. 시는 실무 심사 후 제안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식사배달 서비스 대상은 돌봄 공백이 있는 중위소득 75% 이하 주민 중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질환·부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자 ▲서비스 대기 기간(장기요양·복지관 식사 배달 등) 중 지원이 필요한 자 ▲치아손실, 당뇨 등 사유로 특수식이 필요한 자 등이다. 선정되면 일반식·죽·특수식 등을 연간 최대 30일 동안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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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수원새빛돌봄 서비스 신청은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거나 수원시 주민참여 모바일 앱 '새빛톡톡'을 이용해 손쉽게 가능하다. 신청만 하면 돌봄플래너가 직접 방문해 돌봄필요도를 평가해 자격을 확인한 뒤 돌봄계획을 수립하고, 긴급지원 등 기존 복지서비스도 통합하여 제공한다.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 최대 10일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다른 복지제도보다 비교적 빠른 개입이 이뤄진다. 긴급 상황이라 판단되면 즉시 지원도 가능하다. 소득, 재산,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는 돌봄서비스 비용으로 1인당 연 1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중위소득 75% 초과 가구는 본인 부담으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새빛돌봄은 기존 돌봄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해 돌봄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고안됐다"며 "보편적 돌봄서비스를 확대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장은 "기존 돌봄서비스는 주로 고령층을 위한 정책이 중심이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중·장년층을 위한 돌봄 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가족의 돌봄 기능이 약화하면서 연령층을 막론하고 돌봄의 부재를 겪는 개인이 흔해졌다"며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경우,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힘든 경우,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경우, 갑자기 돌봄이 필요하지만 기존 제도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등 시민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수원새빛돌봄"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돌봄 제공기관을 이달 말까지 추가 모집하는 등 전체 동 확대에 따른 돌봄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며 "돌봄이 필요한 시민 여러분 누구나 편리하게 새빛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훈·김지원기자 sh201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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