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미국 사회를 사유한 책 두권


아시아 여성의 일상 그린 만화에세이
문화 차이·제도 등 주제 폭넓게 담아

서경식 작가의 유작·시리즈 마지막 권
전쟁·재난 현실 속 '도덕의 거처' 물어

■ 김치바게트┃실키 지음. 현암사 펴냄. 124쪽. 2만1천원


김치바게트
전작 '나-안 괜찮아'와 '하하하이고' 등에서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실키 작가가 특유의 시니컬함과 위트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 신간 '김치바게트'가 출간됐다.

작가 특유의 세련된 선에 색을 덧입혀 새로운 느낌을 전하는 일러스트로 채워진 '김치바게트'는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느꼈던 것들을 풀어낸 만화 에세이이다.

한국인 만화가 실키는 프랑스인 막스와 함께 생활하며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인사를 어떻게 할지를 포함한 매 순간이 새로운 이야깃거리이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바게트'는 프랑스에서 젓가락과 빵의 동음이의어이다. 책의 제목은 한국을 상징하는 김치와 프랑스를 상징하는 빵의 조합이기도 하지만, 실키가 수저를 준비하라는 말에 막스가 빵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소통의 오류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작품은 프랑스 만화 출판사 다르고의 웹매거진 '마탕!'에 연재되는 동안 많은 프랑스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었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의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은 물론, 한국 드라마 이야기나 김치를 만들며 한국 문화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또 간단한 일상 차이점과 사회제도와 관련한 주제들까지 폭넓게 다루며, 연대와 우정, 이해를 차별이라는 주제로도 그려낸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이야기 나눌 장을 마련해준다.

■ 나의 미국 인문 기행┃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반비 펴냄. 264쪽. 1만8천원


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미국 인문기행'은 에세이스트 서경식의 유작이자 이탈리아와 영국에 이은 '나의 인문기행' 시리즈 마지막 책이다.

언제나 그의 글에는 현실에 대한 첨예하고도 치열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나의 인문기행' 시리즈의 이전 책들이 인문주의의 의미와 식민주의,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통찰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미국편에서는 전작에서 다룬 주제들에 더해 자유와 환대의 기치를 내건 미국과 오늘날의 세계가 마주한 암울한 현재를 사유한다.

저자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재난과 전쟁 범죄, 국가 폭력의 끔찍한 현실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는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인 2016년과 학생운동을 하던 중 수감된 두 형의 구명 활동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2020년을 오간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소식들은 우리에게 전쟁과 폭력, 죽음을 진부한 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세 시간대를 오가며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극심해지며 전쟁 도발이 드리운 세계를 깊이 염려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자신이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술작품을 떠올리며 '선한 아메리카'를 넘어 '선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유의 단상들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