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가로지르는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사업 본격화 법적 근거 국회 통과
尹 혁신전략이어 여야 공약 앞다퉈
경인고속도 예타조사 상반기 결과
건설비 회수율 259.9% '전국 최고'
'인천시민 통행료 무료화' 과제로


인천 도심 가로지르는 경인고속도로일반화구간, 경인선 지하화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 지하화 사업이 국회 입법에 이어 정부와 정치권 교통분야 혁신 전략 또는 주요 공약에 포함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법령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특별법)을 통과시켜 경인전철 지하화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 중 하나로 지상 철도·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인천역~부천 소사역~서울 구로역 27㎞를 잇는 경인전철, 경인고속도로 남청라IC~서인천IC~서울 신월IC 19㎞를 지하화하는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국회 입법과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사회 숙원이지만 추진 속도가 더뎠던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물꼬를 트게 됐다.

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 추진'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철도지하화 정책에 대해 국민의힘은 적극 환영한다"며 "공약개발본부가 (4·10) 총선 공약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철도로 도시가 분절되며 발생하는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리적 격차가 생활 차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하화를 통해 확보한 지상용지를 주거·상업·문화·녹지 등 창조적 혁신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회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다양한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해 '동료시민' 삶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오랫동안 교통, 주거 환경의 격차를 초래한 '인천역~구로역' 지하화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총선 공약으로 수도권 철도 지하화를 내세울 전망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철도지하화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철도지하화 토론회'를 열어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민주당은 경인전철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 서울 지역 모든 지상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경의중앙선, 경원선 등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당대표는 철도지하화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철도 지하화를 통해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부족한 도심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 만큼 효과와 제고 방안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정책 방안 마련에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구도심 단절 해소 목적으로 추진된 도로·철도 지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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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 피해는 인천의 해묵은 현안이다. 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앞두고 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도로시설의 지하화를 언급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인전철 도화역과 주안역 구간 철길 위로 인천대로(옛 경인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는 현장 사진. 2024.1.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은 인천시의 '경인축 활성화 전략'에 따라 2010년대부터 추진됐다. 인천 도시 외형이 성장하고 GTX 등 광역교통망 구상이 나오던 시기, 인천시는 수도권의 중심축을 경부축에서 경인축으로 바꿔 국가발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정부에 지하화 사업을 요구했다.


인천 내부적으로는 도시 팽창에 따라 낙후한 구도심 재생이 이슈로 떠올랐다. 구도심이 도로·철도로 단절된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은 2009년 10월 수도권 3개 지자체로 구성된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이후 2013년 12월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 남동구, 부평구와 경기 부천시, 서울 구로구 등이 경인전철 지하화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인전철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지자체는 2014년 2월 경인전철 지하화를 촉구하며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지만, 경제성 부족 및 막대한 사업비 등으로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2015년 12월 인천시가 국토교통부와 경인고속도로 이관 협약을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인천IC~서인천IC 구간은 일반도로(인천대로)로 만들고, 서인천IC에서 신월IC까지 지하도로를 개통하는 사업으로 이원화해 추진됐다.

인천대로 일반화 사업은 1-1단계(인천 기점~독배로·1.8㎞), 1-2단계(독배로~주안산단·3㎞), 2단계(주안산단~서인천IC·5.65㎞)로 나뉜다. 인천시는 인천대로 옹벽 철거 등을 통해 중심부를 따라 29만㎡ 규모의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인고속도로(전체 남청라IC~신월IC) 지하화는 2022년 1월 국토부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에 반영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예타 결과는 올 상반기에 나온다. 경제성 향상을 위해 지하화 시작 구간을 남청라IC에서 청라지하차도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전철 지하화 '우선 추진',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필요
경인전철은 인천과 경기 부천, 서울 서부지역 주민들의 출퇴근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지만 각 지역을 남북으로 단절시키는 주범이기도 했다. 총선·지방선거·대통령선거 등에서 수차례 공약으로 논의됐고 관련 연구용역도 다수 진행됐지만 막대한 사업비 탓에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경인전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인 데다, 주변 지역이 노후화돼 여타 철도보다 지하화 사업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 목소리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앞서 인천시민에 대한 통행료 무료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 개통 이후 2021년까지 총 통행료가 1조4천716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유지관리비(6천910억원)를 빼고 통행료로 경인고속도로 건설비(3천9억원)를 충당한 회수율은 259.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통행료 무료화를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전국 고속도로에 대한 통합채산제를 근거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도·고속도로 지하화가 지역균형발전 도모, 시민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는 구간별 개발 여건이 다른 만큼 인천시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지하화 사업은 그동안 철도·도로로 단절된 구간을 연결시켜 침체한 지역의 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 "서울 접근성에 따라 사업 구간별 경제성 확보 여부가 나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밀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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