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前의원이 제시했던 정책

총선 앞둔 민주, 유사 공약 발표
헝가리서 실제 합계출산율 상승
'현금성 지원' 포퓰리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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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많은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가임여성 1명당 0.6명대를 처음으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출산을 약속한 부부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자녀수에 따라 대출액을 탕감하는 '헝가리 저출생 대책'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이 대부분 비어 있는 모습. 2024.1.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올해 4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내놓은 가운데, 출산을 약속할 경우 대출을 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최대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저출생 대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꺼내 이슈화 된 바 있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신혼부부 10년 만기 1억원 대출 공약도 자녀 수에 따라 최대 원금 전액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으로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인구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며 정책 발굴에 나선 경기도 역시 헝가리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다른 나라 저출생 대책을 검토하며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제4호 공약으로,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자산 대책을 보면,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한다.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 둘째는 원금의 50%, 셋째는 원금 전액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정책은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이 제시했던 헝가리 저출생 대책과 유사하다.

지난 2019년 헝가리는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자,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아이를 낳기로 약속할 경우 40세 미만 여성을 대상으로 최대 한화 4천만원을 대출해주고 여기에 더해, 5년 이내 1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2명 이상이면 대출액의 3분의 1, 3명 이상이면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준다. 아울러 4명 이상 아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 평생 소득세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러한 헝가리 저출생 대책을 꺼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비판했고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을 물러나며 논의가 멈췄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나경원 전 의원은 다시금 헝가리 모델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선8기 경기도 역시 헝가리 모델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저출생 대책을 검토하며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처럼 헝가리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년간 내놓은 정부 정책에도 계속 출산율이 하락하자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처음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헝가리의 경우 이러한 정책을 기반으로 2011년 1.2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20년 1.56명까지 오르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 다만,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결혼, 출산, 돌봄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헝가리 모델은 단순 '현금성 지원'에 그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도 자산 대책을 포함한 저출생 대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2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헝가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전반적인 저출생 대책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검토한 내용이 모두 정책화되기는 쉽지 않고 정책화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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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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