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성남큐브미술관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


1947년 설립 '세계 최고' 사진가 그룹
로버트 카파·마크 리부 등 39명 참여
2차 대전·6·8혁명 등 역사 현장 담아
코로나후 일상 신작도… 3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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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포토스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사진가 그룹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있은 지 2년 뒤인 1947년에 설립돼 전쟁 속에서도 포토저널리즘과 르포르타주 정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로버트 카파의 말처럼 사진기자이면서 예술 사진작가로도 활동한 이들의 작품은 곧 이들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그넘 포토스 사진작가들이 조망한 파리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혁명의 깃발이 가장 많이 나부꼈던 도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패션과 낭만의 도시. 파리 앞에 붙은 수식어들을 이들의 시선과 프레임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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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의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는 시대별 흐름에 따라 당시의 역사적 이슈는 물론, 파리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제들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세계 사진사에 족적을 남긴 로버트 카파와 마크 리부를 비롯해 엘리엇 어윗, 마틴 파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 39명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터가 되어버린 파리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재건 프로젝트에 나선 모습, 6·8혁명을 통한 혁명의 역사 등을 다룬다.

독일군과 연합군의 시가전에서 지프차 뒤에 총을 들고 상황을 지켜보는 레지스탕스 요원들, 파리 수복전투에서 부상병을 호송하는 장면들은 현장의 급박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독일 전시관 앞에 세워진 나치미술의 대표작 '동지애'의 포장을 벗기기 전을 포착한 사진은 마치 악마의 모습을 꽁꽁 숨긴 채 자신들을 선전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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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의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마크 리부의 대표작인 에펠탑 위에서 도색 작업을 하는 페인트공의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목숨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와 그런 모습을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기자의 시선은 이 시대의 파리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흑백 사진들 속에 드문드문 빛을 머금은 컬러 사진들은 관람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데르트르 광장의 한 때를 포착한 사진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화가를 비롯한 여러 화가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을 유토피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날의 순간을 사진은 영원히 남겨두었다.

1970년대부터는 영광의 역사를 넘어 새롭게 탈바꿈하는 파리를 보여준다.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말이 이 섹션에 붙여진 이유이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낭만과 꿈의 도시로 자리잡고 있는 파리의 오늘이 펼쳐진다. 엘레엇 어윗이 에펠 타워 100주년을 맞아 찍은 사진은 찢어진 우산을 들고 서로를 안고 있는 남녀, 그 옆으로 우산을 쓰고 뛰고 있는 이의 모습이 에펠탑 앞으로 절묘하게 그려지며 파리의 지난날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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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의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파리지앵의 초상 섹션에서는 피카소, 에디트 피아프, 푸코 등 파리지앵 24명의 초상 사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다. 또 럭셔리 산업과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만나는 디올과 입생로랑, 에르메스 등의 패션쇼와 보그 화보 촬영 장면 등 세계 패션사에서 잊지 못할 순간들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과정과 샹젤리제 거리, 우크라이나 국기로 장식된 파리 마라톤과 같이 코로나19 이후 파리의 일상을 담은 신작 10편도 공개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토록 풍성한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문득 눈앞에 펼쳐진 파리는 어느새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곳에 머물게 할 이번 전시는 3월 24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