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시대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동화
번아웃 겪고 방황한 저자 경험 픽션으로
인간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 작품 속 녹여
그녀는 '가치'와 '본질'을 찾을 수 있을까?

■ 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나우주 지음. 김영사 펴냄. 156쪽. 1만2천원

치열한 생존 경쟁과 생의 고난에도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당신에게 보내는 한 편의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르기도 하는 책이다.
지난 2022엔 소설집 '안락사회'를 출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나우주 작가가 최근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 '변덕마녀의 수상한 죽가게'를 출간했다. 나우주 작가는 일찍이 단편 소설 '안락사회'로 토지 문학상을 받고 소설 '클리타임네스트라'로 영목문학상 수상했다.
페이스북에 업로드되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마녀 이야기가 종이책으로 전격 출간됐다. 나우주는 단편소설 '안락사회'로 토지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번아웃으로 방황했던 8년의 시간을 픽션에 담아냈다. 몸과 마음이 다 소진되어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은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을 가만히 내어줄 것이다.
나작가는 "현대판 '어린 왕자'가 이런 버전이지 않을까 싶다. 분명 어른들을 위한 철학 동화를 표방했다"고 설명한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속담을 활용해 작품 속 '마녀가 변덕죽을 끓인다'로 설정한 점이 인상적이다. 마녀는 서초동 한복판에서 '인정욕구, 칭찬, 포상, 비교, 욕망' 등의 양념을 넣은 '변덕죽'을 끓인다. 죽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마녀도 많은 돈을 벌지만 끝없는 경쟁과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대는 도시는 언제나 허기진 곳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와 디지털·AI 영향 아래 무한 경쟁에 내몰린 이 시대인들의 자발적 자기 착취는 멈출 줄 모르고, 마녀는 그 치열한 현장에서 밀려나 소진증후군을 겪게 된다.
부글부글 끓는 외부적 환경을 뒤로하고 내부에서 끓고 있는 변덕스러운 마음부터 진정시키기로 한 마녀는 '변덕죽'에 넣을 '새로운 양념'을 찾아 전국을 떠돈다.
변하지 않는 것, 진실과 가까운 것, 진정 믿고 살만한 가치관과 같은 양념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마녀는 과연 그 '진짜'를 찾게 될 것인가.
나우주 작가는 작품 속에 인간과 삶과 생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놓았다. 이 질문의 연속은 자못 철학적이며, 우화적 이야기는 동화적이다. 한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모티프로 하면서 픽션 형식을 취했기에 '에세이 픽션'이라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작가의 치밀성과 리얼리즘적 세계관을 확인한 독자들은 이번 신작의 판타지성에 의아한 반응을 보일 법하다. 읽어보면 치열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성향은 신작 '변덕마녀'에서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질문을 건네는 방식이 이전보다 부드럽고 연민 가득해진 점을 제외하면 '현실적 묘사'와 '문제적 시선'은 여전하다.
'가치'와 '본질'을 찾아 헤매는 마녀의 행보는 곧 인간 근원에 대한 질문이자 철학적 모색이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