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안내선, 안내 픽토그램, 이탈방지 펜스 등
안기승 소방서장 제안 이상일 시장 지원 약속
관내 초·중·고교에도 설치… 1억여원 추경 확보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관내 모든 아파트와 초·중·고교에 1억여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 피난안내선과 유도시설 등의 옥상 피난설비를 갖춘다.
지난 2020년 12월 군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12층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웃 주민 2명이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사고(2020년12월2일자 7면 보도=인도해 줄 ‘대피로 안내’ 안보여…군포 아파트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3·15층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비상탈출구가 있는 옥상으로 대피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된 안내표지판을 확인하지 못한 채 옥상보다 한층 더 위에 위치한 권상기실(엘리베이터 기계실)까지 질주했고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굳게 잠긴 기계실 문 앞에서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이 사고 이후 경기도는 ‘공동주택의 옥상피난설비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공동주택에 옥상 피난을 안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하고 일부 지원하는 방안까지 제도화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 예산 문제 등으로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용인시의 경우 관내 총 812개 단지 4천840동(7천623개 라인)의 공동주택 중 피난안내 테이프가 부착된 곳은 전체 라인 대비 1천762곳(23.1%)에 불과하다. 그나마 비상구를 안내하는 옥상출입문 안내표지는 5천133곳(67.3%)에 설치돼 있지만, 아직 2천490곳(32.7%)엔 이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군포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상구가 아닌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피난경로 이탈방지 펜스의 경우 대상지 5천765곳 중 603곳에만 설치돼 있을 뿐이다. 고작 10% 수준이다.
안기승 용인소방서장은 4년 전 군포 화재 당시 군포소방서장으로 근무했다.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지난 1일 열린 용인시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시에 지원을 요청했다. 안전문화살롱은 이상일 용인시장의 제안으로 구성된 안전 관련 협의체로, 이 시장과 안 서장 외에 용인동·서부경찰서장과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이 참석해 매월 정례적으로 안전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안 서장의 건의를 즉각 수용했다. 이 시장은 “우리 시의 모든 아파트에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안내 표지와 표식을 부착하고, 주민들이 엉뚱한 곳으로 대피해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피난경로 이탈방지 펜스도 설치하겠다”며 “여기에 필요한 1억600만원의 예산은 올해 상반기 추경을 통해 조속히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내 185개 초·중·고교에도 옥상 피난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서장은 “경기도 조례를 통해 피난시설 설치를 권고하고는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에 봉착했는데 이 시장님이 통 큰 결단을 내려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