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인허가 '규제'를 '상생'으로


허가과 신설, 개발·농지·산지전용 한번에
실무심의, 대면→온라인 14일서 5일 내외로
관련 부서간 협업회의로 업무 내용 '공유'
제출서류, 한 부서 접수·통보로 효율성 UP

도시계획심의 月 1→2회 등 처리 5일여 단축
상담공간 '웰컴 스테이지'로 민원인 배려
관내 측량업체 수시로 찾아가는 간담회도
규제개혁 행정서비스 차별화로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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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규제개혁은 이제 모든 정부의 핵심과제로 자리 잡았다. 규제를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로 규정해 뽑아내야 할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규제혁신 성과를 발표하면서 "출범 후 1천600여 건 규제개혁 법령 개정이 완료돼 101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허가도 규제다. 농지, 산지에 농가주택을 지으려면 전용허가와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장을 세우려면 공장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관공서의 민원 창구에서 인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주시는 그 이유를 인허가 행정의 편의성과 신속성에서 찾았다.

인허가가 주민의 생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한 여주시는 절차 간소화, 부서 간 협업, 인허가 품질 평가, 친절교육 등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해 인허가 행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주시-크린랲 투자협약 체결식
지난해 4월6일 이충우 시장과 이준혁 (주)크린랲 부사장이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사례1: 국내 최초로 PE 재질의 무독성 랩을 개발한 주방용품 전문 제조업체인 (주)크린랲은 사업 확장을 위해 여주 흥천면의 가축사육 부지에 새 공장과 창고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환경문제와 진입로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인허가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여주시청 허가과를 방문한 크린랲 담당자는 직원들의 환대에 깜짝 놀랐다.

시는 기업의 입장에서 공장 설립뿐만 아니라 개발행위허가, 환경배출시설 등 관련된 민원 사무까지 담당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러 부서를 방문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수고와 불편을 던 것이다. 시의 빠른 행정 서비스로 크린랲은 공장 부지 탐색을 위한 외부 컨설팅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2023년 2월 시는 크린랲 본사 이전 및 공장, 창고 조성을 위한 산업유통형 지구단위계획(면적 4만6천509㎡) 개발계획 결정고시를 완료했고, 크린랲은 지난해 4월 여주시와 2026년까지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공장 및 물류시설 건립 추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크린랲 관계자는 "이번 여주시와의 협력을 통해 생산 및 물류시설을 확장해 생산과 물류거점을 확대하고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의 환경을 개선하는 신산업단지 조성으로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호 협력 가능한 새로운 상생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례2: "예전에는 집 하나 지으려고 허가받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어요. 뭐가 안 된다, 또 이게 문제라며 민원인의 신청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허가 부서의 일반적인 태도였어요.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게다가 절차나 기능으로 업무를 구분해 처리하는 방식에서 지역 담당제로 바뀐 덕에 담당자들이 상담부터 허가까지 책임감 있게 하나하나 다 챙겨줍니다. 진행과정도 문자나 전화로 수시로 알려 주고요."

오랫동안 지역에서 건축사업을 해온 A씨는 지난해 7월 강천면에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인허가 부서의 전과 다른 태도에 달라진 행정서비스를 실감했다.

지난해 개발행위허가가 신청에서 보완기간까지 포함해 2주일 만에 나온 데다, 건축신고도 신청에서 허가까지 일주일에 끝났기 때문이다. 모든 개발행위에서 건축허가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저희 같은 업자들에게는 시간이 곧 돈입니다. 건축주도 계획보다 빨리 입주하게 돼 이사 걱정을 덜었다고 고마워하더라고요."

여주시 - 성우모터스 투자협약 체결
지난해 8월 이충우 여주시장과 원상연 (주)성우모터스 대표이사는 약 1천5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여주시 제공

■ 대면에서 온라인 접수, 온라인 사전심의로


시는 지난해 1월 개발행위허가, 농지전용허가, 산지전용허가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3개 팀으로 구성된 허가과를 신설했다. 인허가 같은 복합 민원의 경우 일일이 여러 해당 부서를 방문해야 했던 불편을 덜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한 곳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먼저 인허가를 위한 민원 실무심의 절차를 기존에 대면 방식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전격 전환했다. 평균 2주가 걸리던 심의 기간이 평균 5일 내외로 줄었다. 또한 올해부터는 개발행위허가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통합인허가지원서비스(IPSS)를 시행한다.

민원인이 시청을 방문해 인허가를 신청했던 이전과 달리 개발행위허가 신청에서 사전심의를 통한 인허가 가능성 여부까지 온라인에서 가능해진다. 관련 정보의 이력 관리 및 문자발송 서비스를 통해 진행과정도 신속하게 제공받아 투명성도 기할 수 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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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 간 협업으로 효율과 신속성 높여


인허가 업무는 특성상 법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많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관련 부서도 많다. 따라서 이들 부서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부서 간 공문을 주고받는 절차가 있어 신속행정의 걸림돌이 돼 왔다. 때로는 부서 간 민원 떠넘기기로 비쳐 민원인과 시비가 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주시는 건축, 도로, 교통, 환경 등 관련 부서 간 협업회의를 통해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추진방향을 수립해 인허가 업무의 효율과 신속성을 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소관이 불분명한 업무의 처리 부서를 신속하게 지정하는 등 운영의 유연성도 높였다.

또 개발행위의 경우 도로점용과 교통성 검토 등 여러 부서에 중복으로 제출되는 서류가 많아 민원인의 불만이 컸다. 시는 이를 한 부서에서 접수하고 관련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었다. 14일이 걸리는 개발행위 인허가 준공과 건축물 준공검사는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준 마련과 도시계획심의는 월 1회에서 2회로 늘렸고, 자료제출 기한도 20일 전에서 14일 전까지로 단축했다.

이런 노력 끝에 실무심의 및 서류보완 등을 포함하여 법정 개발행위허가 처리 기한이 15일에서 10일 안팎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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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는 허가과를 방문하는 민원인을 편안하게 응대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위해 출입구에 '웰컴 스테이지'라는 상담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웰컴스테이지에 자리한 허가과 직원들. 2024.2.2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 민원인 중심의 업무 환경 개선


행정효율을 높이려는 노력과 병행해 민원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눈에 띈다.

시는 허가과를 방문하는 민원인을 편안하게 응대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위해 출입구에 '웰컴 스테이지'라는 상담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테이블에는 상담 전용 대형 컴퓨터도 설치하고 인허가 민원의 절차와 필요한 서류를 안내하는 리플릿도 제작 비치했다. 민원인의 이해와 편의를 돕기 위한 배려였다.

관내 측량업체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간담회도 수시로 가졌다. 민원대행업체 및 민원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여기서 취합된 의견은 내부 검토를 거쳐 자료 간소화 및 수리계산 기준 완화 요청의 근거가 돼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에 상정된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만족도 평가를 추진한다.

중앙정부는 물론 많은 지자체가 심의나 허가 등 행정 절차 간소화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여주시의 규제개혁 사례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정서비스인가라는 질문의 토대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규제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곳을 지향할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여주시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다음 변화가 기대된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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