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흐름 못 따라가고 '컨트롤 미스'


한국 선수들 국제대회 활약 힘입어
2022년 국내 관련산업 규모 1514억
대회수 220개·상금 216억으로 확대
정부 판키우고 지자체들 적극 대응

경기장 조성 '백지화'·예산 삭감 등
道는 육성방안 없이 되레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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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23.11.19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1월 1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에 1만8천명이 모였다. 프로야구 시즌도 끝난 이 무렵, 많은 인파가 이곳에 몰린 것은 5년 만에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일명 '롤드컵' 결승전이 열려서였다.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인기팀이자 세계적인 선수 '페이커'가 속한 SKT T1이 7년 만에 우승을 확정짓자 고척돔 일대에 일제히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결승전을 시청한 온라인 동시 접속자 수(잠정치)는 무려 1억명.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응원단만 1만5천명에 달했다.

e스포츠를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롤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e스포츠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e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한 경기장 설립과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게임산업 메카'인 경기도는 경기장 조성 계획은 백지화됐고 관련 예산은 줄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천514억4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천48억3천만원) 대비 44.5% 증가한 수치다. 개인 스트리머 광고 매출, 데이터 플랫폼 매출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천816억6천만원으로 이 역시 전년 대비 88.2%가 늘어났다.

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개최 대회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 개최 대회 수는 220개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2020년(168개), 2021년(131개)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금 총액도 2020년 132억원에서 216억원으로 증가했다. 1개 대회의 현장 관중과 온라인 시청자 수(응답 종목사 기준)의 평균은 각각 6만1천240명, 52만2천500명으로 나타났다.

향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앞다퉈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스포츠 경기장 설립이 대표적이다. 부산시, 대전시, 광주시 등은 선제적으로 지역 e스포츠 구단을 창설하고 경기장을 설립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하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 중에선 인천시가 청라G테크시티에 e스포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경기도는 오히려 e스포츠 경기장 조성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2019년 추진된 해당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성남시 판교 제1테크노밸리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 면적 8천500㎡ 규모로 지난달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비가 기존 267억원보다 126억원 증액돼 성남시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게 백지화의 발단이 됐다. 경기도도 사업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 사업을 접었다. 다른 지자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공 차원의 경기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도내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기도 소재 경기장은 성남시에 있는 인벤 아레나 한 곳뿐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최대 수용 인원이 120명 정도인 소규모 경기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는 경기를 온라인 위주로만 진행해, 오프라인 경기장이라고 하기에도 거리가 있다.

도는 e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비용도 줄이고 있다. 올해 경기도의 e스포츠 산업 육성 예산은 14억원이다. 2022년(16억8천만원), 2023년(15억7천만원) 대비 감액 추세다. 도의 올해 예산은 부산시(28억500만원), 광주시(24억2천500만원), 충남도(95억8천만원), 서울시(36억1천만원) 등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낮은 편에 속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e스포츠 경기장은 대회 가동률이 떨어지고 입장객도 적을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향후 열리는 대회는 수도권 민간 경기장에서 열 계획"이라며 "경기도에서도 산업 육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종목, 연봉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지만 올해 지역 선수를 육성해 키우는 게임단을 창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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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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