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리는 어르신 뵈면 먹먹"
매달 2회씩 반찬·생필품 직접 배달
응급 방문 요청땐 일 멈추고 달려가
중학생들 이끌고 동네 환경정화도
"앞을 못보는 어르신이 문을 열어놓고 자원봉사자를 애타게 기다리다 눈물로 맞이해 주실 때는 가슴이 먹먹합니다."
시흥시 신현동자원봉사센터 차량봉사방문대장을 맡고 있는 정미순(49)씨는 봉사자들 사이에 '정 장군'으로 불린다. 키가 상대적으로 크기도 하지만 배달봉사를 하면서 남성 이상으로 억척스럽게 솔선수범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정씨는 2009년 이사하면서 시흥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큰 아들이 다니던 포동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이런저런 봉사를 하다 2015년 시흥시자원봉사회 신현동 센터장인 한승재 회장의 권유로 지역사회 봉사에 뛰어들었다.
신현동은 미산동·포동·방산동 등 3개 법정동으로 구성돼 시흥지역내 다른 동과 달리 구역이 넓은 곳이다.
정씨는 신현동자원봉사센터의 차량봉사단장을 맡고 있다. 매년 4월 중순에 센터 주관으로 여는 바자회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지역내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노인 및 돌봄아동가정 등에 매월 첫째·셋째주 금요일 2회씩 반찬과 생필품 등을 준비해 직접 배달봉사를 책임지고 있다.
총 15명이 6개조로 나눠 직접 대상 가정을 방문해 정성껏 준비한 물품들을 전달하고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과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며 건강상태와 민원들을 챙긴다.
현재 60여 명의 어르신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따금씩 두부나 계란 등 후원물품이 들어오면 별도로 방문해 챙겨주고 심지어 화장실 변기가 막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쓰레기 처리를 못해 응급 방문 봉사를 요청할 때는 직장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기도 한다.
정씨는 또한 매월 둘째·넷째주 화요일에 지역내 미용 재능기부자들이 마련한 이·미용 봉사에 1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차량으로 모셔오고 있고, 이마저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미용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가정 방문해 머리손질을 해드리고 있다.
매년 11월 중순 신현동 지역 민간단체들이 합동으로 김장을 담그면 정씨가 이끄는 차량봉사방문대(차방대) 대원들이 10㎏ 한 박스씩 100가정이 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일일이 배달해주고 있다.
정씨의 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현동 학생봉사단장을 자원해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중학생들을 이끌고 동네 쓰레기 청소를 한다. 또 친환경 흙공을 만들어 하천정화에 나서는가 하면 학생들이 만든 케이크를 경로당에 전달하고, 친환경 시설들을 견학시키는 등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정씨는 "하나님을 섬기는 신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봉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흥/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