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K-아동극"
기획부터 제작·사업화 모든 과정 망라… 30여개국 80여개 도시 호응
관객들에 즐거움·감동주는 포인트 고심… 전용관 지어 차별화 시도
경기문화재단 지원사업 선정… 오산문예회관 상주하며 '윈윈' 성과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처럼 공연 산업은 한 지역의 굉장한 수입원이자 자생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깃발을 꽂고 싶었어요."
호기심 많은 두 주인공이 떠난 바닷속 여행이 마커 하나로 시작해 라이브 연주와 무대 장치들이 한데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크린에 그린 낙서 하나로 무한한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공연 '두들팝'을 시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마저 사로잡은 공연예술단체 '브러쉬 씨어터(유)'. 기획부터 제작과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며 어느덧 K-아동극의 중심에 서게 된 이들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브러쉬 씨어터는 연극배우였던 지금의 이길준 대표가 어려운 예술현장의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연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로 했다.
대부분의 산업이 디지털 매체로 가는 시대이지만,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그것이 주는 행복감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또 어렵거나 난해했던 공연보다 쉽고 직관적이면서 편한 공연을 좋아했던 이 대표의 성향도 아동극을 만들게 된 이유가 됐다.
현재 브러쉬 씨어터는 세 가지 분야의 공연을 만들고 있다. 두들팝과 폴리팝(두들팝 ver.2)으로 대표되는 팝 시리즈, 일반 가족 뮤지컬, 이머시브 공연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팝 시리즈'이다.
이 대표는 "팝 시리즈의 특징은 상상력이 많이 담겨있다. 무대 세트가 간결하고, 아이디어가 집약적이며 언어도 필요가 없다"며 "상상력과 이미지만으로 하는 공연으로 서울과 부산에 전용관이 있으며, 폴리팝은 현재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여개국에 80여개의 도시. 공연은 해외에서 더욱 빛이 났다. 브러쉬 씨어터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겨냥했다. 비어 있는 객석과 무시 등이 이어진 실패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란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 대표는 "공연·소설·드라마·영화 등 수 많은 콘텐츠들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스토리를 잘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색다른 스타일도 필요하다"면서 "그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스타일이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기술력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공연에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도전에 가까웠다. 기초적인 기술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 나간 브러쉬 씨어터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실제 무대 세트와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연기나 스토리와 함께 꽃필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 어떤 스토리와 매칭이 돼서 어느 순간에 관객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지를 찾아내는 것 또한 기술"이라며 "문화예술에는 그러한 센스와 같은 기술력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 결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베스트 코미디상', '가디언지 선정 베스트 쇼' 등을 수상하는 성과를 얻었고, 이후 해외 공연 유통사들로부터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보통 한국에서는 '이 공연이 잘 만들어졌으니 해외화를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우리는 에든버러에 있는 극장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해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해외 극장에 올릴 생각으로 극을 만들면 시야와 콘텐츠 자체가 달라진다"며 "이럴 경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과 서울에 브러쉬 씨어터 전용관을 만든 이유도 이러한 이 대표의 공연 철학과 맞닿아 있다. 전용관은 해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뿐 아니라 직접 만든 공연들을 고도화시키고, 해외 진출을 위한 적절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하는 역할도 포함한다. 이와 함께 각각의 카페가 저마다 다른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듯, 브러쉬 씨어터의 공연 역시 콘텐츠를 담고 있는 그릇까지 다르게 만들어 해외에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하는 브러쉬 씨어터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작품을 직접 창작·제작하는 것으로, 이는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해외시장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는 것에 있다. 수많은 나라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해외를 넘나드는 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세 번째는 기술력이다. 언어와 연기력보다 시각적·청각적인 기술 요소들을 강하게 보여주는 극의 특성상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지점들을 찾아 나갈 수 있다. 결국 브러쉬 씨어터의 경쟁력은 공연예술계가 어려움을 겪었던 팬데믹때 과감한 도전으로 수익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이 대표는 회사의 규모를 줄이기보다 전투적으로 공연 알리기에 나섰고, 비어 있는 극장이 있다면 위험성을 안고서라도 공연을 진행했다. 이는 팬데믹이 끝나가자 극장에 대한 진입을 한층 더 수월하게 만들었고, 티켓 수익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브러쉬 씨어터의 가장 큰 수익은 '티켓'이다. 공연을 본 사람들이 다시 브러쉬 씨어터의 공연을 찾게 되는 구조로 연결된 셈이다.
브러쉬 씨어터는 경기도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경기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오산문화예술회관과 함께하고 있는 것. 이 지원사업은 공공 공연장과 협약을 맺고 공연장에 상주하면서 안정적인 창작 활동 공간을 확보하며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상주단체를 유치한 공연장은 공연 레퍼토리를 확대할 수 있고 우수한 공공 예술 프로그램으로 공연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일종의 윈윈사업이다.
이 대표는 "오산에는 소극장과 대극장이 있는데 이곳을 활용해 공연을 만들어 올려볼 수 있다"며 "두들팝과 폴리팝은 물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두들팝3도 초연을 모두 오산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도 그런 상주 단체의 개념들이 있는데, 뭔가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에 지역 사람들과 먼저 만나고 피드백도 받는다"며 "상주단체 관련 예산은 점점 줄고 있긴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러쉬 씨어터는 실험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팬층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과 함께 객석 점유율과 공연장 가동률을 높이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러쉬 씨어터는 '판'을 바꾸고 싶다. 브러쉬 씨어터만이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말이다. "이제는 예술이냐 상업이냐의 이분법적 논리는 끝이 났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독특하게 가져가며 세계적으로 승부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러한 인식과 산업에 대한 비전을 통해 또 다른 후배 기업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글/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길준 대표는?
▲2015년~ 현 브러쉬 씨어터 유한책임회사 대표
▲2018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ASIAN ARTS AWARD -BEST COMEDY
▲2018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가디언지 선정 베스트쇼
▲201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 ThreeWeeks Editors' Awards
▲2019년 KOCCA 한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20년 USA IPAY SHOWCASE 2020 OFFICIAL SELECTION
▲2023년 예술경영대상 :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상
▲2023년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연극제 : 최고 작품상 수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