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분야부터 현대요소 작품 두루 접해
디테일·분위기·깊이감 등 계속해서 발전
"단원제 기회, 젊은 예술인들에겐 희망"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프로젝트 단원' 공고가 떴어요. 한번 부딪쳐 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김혜령씨는 어린 시절 다니던 학원에서 취미로 무용을 접하게 됐다. 진지하게 작품을 받아서 해보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권유에 무용을 시작했고, 현대무용과 발레를 배우다 한국 무용을 전공하게 됐다.
무용은 그에게 '또 하나의 언어'와도 같다. 김혜령 씨는 '보이지 않는 것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무용의 매력으로 꼽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몸으로 움직여 표현하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한 그는 "기분이 좋아서 걸어 다니는 동작에도 생각과 감정이 담긴다. 다양한 해석으로 제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무용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무용을 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 공연활동과 무용기획 일을 하던 중 경기도무용단의 프로젝트 단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섣불리 준비를 했다 실망감을 얻거나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서 프로젝트 단원 활동을 했던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지원을 결심했다.
지원서를 낸 후에는 일상을 무용으로 꽉 채웠다.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밀도감 있게 연습을 했고, 후회는 없었다. 김혜령 씨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모습을 음악에 담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에게 큰 소속감을 준 첫 단체인 경기도무용단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혜령이라는 한 명의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는 지난해 4월 무대에 오른 '명작컬렉션 舞'를 꼽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새로웠다. 그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을 연습하고, 큰 선생님들이 오셔서 공연의 방향을 설명해주시는 모습들에 더 떨리고 긴장됐던 것 같다"며 "가족들이 프로단체에 속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고생했다'며 뿌듯해 하셔서 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경기도에 살면서 이름으로만 접해봤던 경기도무용단은 계속해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전통 작품은 물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과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까지 두루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무용단 내부에서 신예 안무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단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같은 작품이라도 공연을 할 때마다 동작의 디테일과 분위기, 의상, 깊이감 등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며 무대에 올리는 것을 보고 더 열심히 임하게 됐다고.
김혜령씨는 프로젝트 단원제라는 기회 덕분에 젊은 무용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좀 더 열렸다며 의미를 곱씹어보기도 했다.
그는 "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단체는 적고, 빈자리도 잘 나지 않아 고립되면 어떻게 하나 막막하기도 했었다"며 "내가 좋아하는 예술을 돈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너무 슬프다.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젊은 예술가들한테는 희망의 자리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무용단에 있는 동안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잘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프로젝트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성을 가진 책임감 있는 무용수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해요. 전 이제 시작이니까 김혜령이라는 한 명의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