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통계 근거로 100억 편성했지만
신청 예상보다 '저조'… 10억만 지출
주먹구구·前시장 흔적 지우기 '졸속'
도비 70억 못받아 청년지원 후퇴 우려

성남시가 청년기본소득을 폐지하고 청년 지원방안으로 신규 도입한 '청년취업 올패스' 사업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편성 예산의 90%가량이 불용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근거를 갖추지 못한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에 따른 결과로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올해부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지원 제외와 맞물려 오히려 성남지역 청년 지원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성남시에 따르면 청년취업 올패스(이하 올패스)는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생애 한 번 최대 100만원을 어학·자격증 시험 응시료와 수강료 등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 저소득층 청년은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되며 지원 분야는 880종의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시는 지난해 올패스를 도입하면서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을 지급하던 청년기본소득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폐지했다.
시 집행부와 여당인 시의회 국민의힘은 4차례 시도 끝에 폐지를 성사시켰는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패스 예산은 성남 청년에게 지급돼 온 청년기본소득의 연 총액인 100억원(경기도와 3대7 매칭)에 준해 100억5천만원이 편성됐다.
시는 청년 미취업 및 국가자격증 응시 현황을 확보하지 못하자 전국 현황을 대입해 예산을 책정했다. 이후 신청을 받았지만 2천501명에 불과했고 총 10억7천37만2천원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거·수요 등 사업 자체의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예산 중 90%가량에 해당하는 90억원가량은 불용처리됐다.
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며 올해 예산으로 38억2천만원을 편성했는데, 근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남이 아닌 전국 미취업 현황을 대입한 뒤 50%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예산 사태까지 초래하며 도입한 올패스에 대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청년기본소득이 이재명 전 시장 시절 도입된 정책이라는 점과 맞물려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졸속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도는 지난 1일 재정위기로 시비를 편성하지 못한 의정부시와 조례를 폐지한 성남시를 '청년기본소득 사업'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4세 성남지역 청년은 연 100만원을, 시는 이전 기준 70억원 가량의 도비를 받지 못하게 됐다. 올패스와 청년기본소득를 대비할 때 산술적으로 오히려 청년 지원이 후퇴하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의회 박경희 행정교육위원장은 "성남시 청년 미취업 인구에 대한 분석과 사전조사 없이 전임 시장의 치적 지우기를 위해 성급하고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90%가량이 불용액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계획부터 진행·결과까지 졸속행정의 표본이며 엉성하고 과도한 예산편성 등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평가한 결과 사업기간이 짧고 생애 1회 신청의 제한에다 홍보도 미흡했다. 올해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 시행할 것"이라며 "상반기까지 지켜보면 실제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신청이 많으면 추경에 예산을 더 편성해 청년기본소득 100억원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