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캐릭터 '양춘이' 스타탄생
관광과 직원들, 직접 디자인·기획
엉뚱·발랄 콘셉트… 홍보영상 히트
지역명소·각종행사 알리기 활약
탄생 9개월만에 郡 마스코트 부상
스탬프 미션 통해 부채·키링 등 상품
스타벅스와 컬래버 한정판 출시도
활성화 위해 캐릭터 무료개방 승인
"양평에 자주 놀러와 추억 쌓기를"
양 한 마리가 수경을 쓰고 수영레인에서 평영을 한다. 이윽고 양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양 평영 1등'이란 문구가 나오고 이어 양평 양떼목장 등 '양평형 1등 여행정책'이 노출된다.
이외에도 양이 탈을 벗고 보니 개였다는 다소 연관성 없는 키워드로 양평의 명소 '벗고개'를 홍보하며 운전을 하다 차가 고장 나 양이 수리를 맡겼다는 에피소드로 '양수리'를 알린다.
위 이야기는 지난해 6월 데뷔한 양평군 캐릭터(마스코트) '양춘이'의 관광 홍보영상 내용이다. 언뜻 보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엉뚱한 말로 양평군의 관광명소를 각인시키다 점점 군의 각종 행사 때마다 얼굴을 비추더니 이젠 인구가 약 12만명인 지자체에서 5만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다.
■ 지자체 캐릭터 시대 '저비용 고효율' 잡아라
지방자치단체가 캐릭터를 통해 자체 행사, 대외 홍보 등을 시행한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여러 지자체들이 1990년대 초 마스코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초창기 캐릭터는 주로 새, 꽃 등 지자체의 상징이나 특산물, 해, 산 등의 자연이나 미래를 지향하는 요소를 의인화해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처럼 지자체의 명운을 뒤바꾼 사례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캐릭터는 대외적으로 크게 각인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이후 EBS의 펭수 등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국내 지자체들은 귀여운 외모와 친숙함을 무기로 다채로운 콘텐츠 경험과 각인효과를 줄 수 있는 캐릭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평군도 처음에는 앞서 말한 지자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활용해 왔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서의 지속성이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군은 양평과 연관된 이미지와 스토리가 있는 관광 캐릭터에 목말라갔다.
■ 개발비용 '0원'… 활용 가능성 무한대 '양춘이 탄생'
그러던 지난해 4월 군 관광과에선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외주를 통한 관광 마스코트 효용의 한계가 드러나자 디자인, 음악, 영상촬영, 편집 등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이 업무시간 외 주말마다 모였다. 배정된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 성격·개성·디자인·명칭 등을 기획하고 엉뚱함과 발랄함을 좋아하는 30대 이하를 타깃으로 마스코트를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양평의 '양'이란 글자를 따오고 양떼목장이 있어서 양을 캐릭터화하기로 정해졌으며, 춘삼월에 용문 양떼목장에서 태어나 봄 '춘(春)'자를 쓰는 양춘이로 이름을 지었다. 무표정에 무탈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무던한 성격까지 부여됐으며 이는 모두 양평군을 대표할 관광영상을 제작하는 콘셉트에 맞게 기획됐다.
이후 양춘이의 6월 데뷔 무대는 이전까지 사용되던 지자체 캐릭터와는 남달랐다. 관광홍보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캐릭터로 만들어졌기에 이미지와 실물, 콘텐츠의 이질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첫 영상부터 2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양춘이가 수영하는 영상엔 '귀엽다', '뜬금없지만 재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고 '양평에 양떼목장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도 나오며 영상의 목적이었던 관광지 홍보에도 성공했다.
이후 양춘이는 한 달에 한 번씩 군내 관광명소를 기발한 방법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양춘이가 등장한 동영상은 업로드할 때마다 양평군 유튜브인 '양평톡톡' 인기동영상의 절반을 차지했다.
폭발적인 캐릭터 반응에 군의 각 부서도 양춘이를 정책홍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청년의날, 고향사랑기부제, 군내 각종 체육대회, 양평군 여권케이스, 카카오톡 이모티콘, 명절인사, 군 청소차량 래핑, 미술관 등 양춘이는 탄생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군의 '얼굴'이 됐다.
■ 마스코트를 넘어 '지역 살림꾼'으로, 굿즈제작까지
현재 양평군은 풍성하게 들어오는 물때에 맞춰 힘껏 노를 젓는 중이다. 군 관광과에서 캐릭터를 직접 제작했기에 관리와 응용이 편리하고 예산의 추가 투입 없이 사용처에 맞는 포인트를 강조할 수 있다는 강점은 확장성을 더욱 높인다.
군은 이미 양동 벗고개, 용문양떼목장 등 양춘이가 등장했던 장소엔 양춘이 영상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양춘이가 촬영한 소품을 촬영장소에 설치해 방문객에게 즐길거리를 더하고 있다.
이미 방문객들은 유튜브 장면에서 등장한 촬영장면을 재현하며 SNS상에 캐릭터를 통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관광지 스탬프 미션을 통해 양춘이 부채, 키링, 그립톡, 풍선, 인형 등의 굿즈를 얻을 수 있기에 그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군은 스타벅스 더양평DTR과의 컬래버로 한정판 양춘이 텀블러를 출시하며 외연 확장의 큰 가능성을 열었다. 이외에도 양춘이는 군에서 개발 중인 카카오톡 기반 통합 행정 앱 서비스에 춘식이와 함께 협업을 준비 중이다.
군은 군내 사업자들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9일 양춘이를 활용한 캐릭터 무료개방사업 또한 승인했다. 앞으로 군내 양떼목장, 과자제품, 각종 카페 등에서 양춘이를 더욱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군 관광과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만든 완성도가 높으나 지역과 연관없는 캐릭터보단 아마추어지만 군을 이해하고 있는 담당 직원들이 직접 캐릭터 디자인부터 콘셉트, 활용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서 양춘이가 탄생했다"며 "지금의 관광객들은 영상정보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영상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활용했다. 우리와 친근하고 진정성 있는 개인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겨냥했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양평에 자주 놀러오셔서 많은 분들이 양춘이와 함께 많은 추억을 쌓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