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 따른 순직 인정 여론 잇따라
시의원 “시 차원에서 순직절차 도와야” 목소리
‘악성민원 따른 사망’ 기준 미비… 인정 어려워
전국공무원노조 “시대 흐름 반영 기준 마련을”
연락처 등을 불특정 다수에 공개하는 이른바 ‘좌표찍기’를 겪던 김포시 공무원(3월7일자 7면 보도=‘숨 막히는 악성민원, 참는 것 외엔 매뉴얼 없다’)이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A씨의 순직(공무상 사망)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김포시 9급 공무원 A(37)씨가 인천 서구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밤 김포한강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긴급보수 공사와 관련해 인터넷카페에 실명 등이 공개되고 항의 민원에 시달려왔다.
경인일보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온라인상에는 서이초 사망교사 등의 사례가 언급되며 A씨에 대해서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인사혁신처는 민원으로 고충을 겪다 지난해 여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7일 유영숙 김포시의회 의원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고인을 특정한 좌표 찍기와 민원 폭주가 사실로 드러나면 시 차원에서 강경 대응하고 순직 절차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고인에 대한 장례절차가 마무리되면 유족 측에 순직 신청 여부를 타진하고, 유족이 동의하면 김포시청공무원노조와 논의해 순직 절차를 밟으려 한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순직이 신청되더라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경우에 대한 기준이 미비한 까닭에 인정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법에는 ‘공무 중 발생한 질병·사고’, ‘지속적인 야근 등 과로’, ‘공무와 관련된 정신적 충격’ 등을 공무상 재해로 규정하는데, 증언 등을 토대로 유족과 주변인 등이 근거 자료를 직접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공무상 사망을 신청한 일반직 공무원은 총 17명이었으나 순직을 인정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인천 부평구보건소 코로나 상황실에서 격무와 폭언에 시달리다 2022년 9월 숨진 故 천민우 주무관도 순직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당시 부평구는 정신건강 전문가·노무사 등으로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려 6개월가량 조사한 끝에 그의 사망 원인이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가까스로 밝혀낼 수 있었다.
김희경 전국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장은 “악성민원을 (시·군·구)집행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법적 한계가 있어 개인이 민사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업무로 인한 직·간접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의 순직 인정 기준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시대 흐름을 반영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김포시는 6일부터 8일까지를 A씨 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청사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