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남 전 주가봉 대사

인천출신 외교관·한국 첫 국제표준 여권 제작 

 

인천 출신 외교관으로 한국 첫 국제표준 여권 제작·발급 업무를 주도하고, 세계여행가 김찬삼 교수와 그를 여행가의 길로 이끈 슈바이처 박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 박정남(사진) 전 주가봉 대사가 지난 6일 오전 7시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4세.

고인은 1959년 11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출생이다. 직업군인이던 부친이 베트남에 파병되면서 1968년 외가가 있는 인천 송현동 수도국산에 정착했다. 인천서흥초, 인천대건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고인은 외교부 법규과장 재직 시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에 맞는 '국제 표준 여권' 발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이스라엘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주팔레스타인 대표(2008년), 주이집트대사관 참사관(2011년), 주러시아 이르쿠츠크 총영사(2014년)를 거쳐 2016년 주가봉대사로 부임했다.

주가봉 대사 시절에는 자신의 고교 동창인 김재민 송도고 교사의 제안을 받아 인천 출신 세계여행가 김찬삼(1926~2003) 교수와 슈바이처 박사가 1963년 가봉에서 찍은 사진을 '가봉 슈바이처 박물관'에 전시하는 일에 힘을 보태 성사시켰다. 2019년 12월 28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했다.

고인의 인천대건고 동창인 백의흠(64) 미국 필라델피아 엘림교회 목사는 "박 대사는 끈기의 사람이었고, 두뇌가 명철했고, 강직하면서도 청렴결백했다. 픽션과 논픽션을 가미한 재치있는 글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친구였다"면서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정주연씨, 아들 박성호·박준호씨가 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