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새로운 도전 열정… 반짝반짝 눈빛에 반해"


문해 수업 봉사활동 15년째 '베테랑'
한글·영어·인터넷 검색 등 지식 소통
"1회 졸업생, 고등학생 소식에 뿌듯"


김동조 교사
남동글벗학교 늦깎이 학습자들의 평생교육 조력자인 김동조 교사. 2024.3.1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누가?" "내가!"

인천 남동구 '남동글벗학교' 배움반 학습자들이 매번 수업을 마치기 전에 함께 박수를 치며 하는 말이다.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했다고 칭찬하다 보면, 그날 수업에 대한 뿌듯함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고 한다.

남동글벗학교 배움반(초등 3~4학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조(57) 교사는 이처럼 학습자들의 열정과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늦게라도 공부에 도전한 학습자들이 배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소통하는 것이 그가 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남동글벗학교는 인천시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학령기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대상으로 초등학력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성인 문해 프로그램이다. 1단계 소망반(초등 1~2학년), 2단계 배움반, 3단계 지혜반(초등 5~6학년) 등 연간 240시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김 교사는 올해로 문해교사로 활동한 지 15년이 되는 베테랑이다. 과거 세무회계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고, 새로운 일을 고민하던 중 교육학 전공을 결심했다. 이때 성인 문해 관련 강좌를 들었는데, 처음으로 한글을 모르지만 배우길 원하는 노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교사는 "강좌 수료 후 장수초등학교에 마련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처음 실습을 나갔는데,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반했다. 곧바로 실습 외에 봉사활동에도 자원했고, 일주일에 한 번 어르신들의 문해 교육을 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만수초 등에서도 문해 수업을 담당했는데,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배움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서관에 모여 따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남동구 평생학습관은 2016년부터 성인 문해 학교를 운영하다 2020년 남동글벗학교를 열었다. 올해는 신입생 52명과 재학생 67명 등 119명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고령 학습자는 86세, 최연소는 57세다.

김 교사는 배움반 학습자들에게 한글과 숫자, 영어는 물론 메신저 사용, 인터넷 검색 등 일상에서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며 소통하고 있다. 늦깎이 학습자들이 하나씩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뿌듯한 것이 없다는 천생 교사다.

김 교사는 "1회 졸업생 중 한 분이 얼마 전 남인천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정말 뿌듯했다"며 "최근 키오스크 등 일상에서 디지털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직 두려워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수업 때마다 '도전하는 마음'을 강조하곤 하는데, 앞으로도 학습자들이 항상 웃으면서 배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웃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